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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억새밭
입력2003-10-30 00:00:00
수정
2003.10.30 00:00:00
가을의 제주는 또 다른 옷으로 갈아 입는다. 화려했던 여름이 지난 지금, 제주는 산기슭을 뒤덮는 은빛 억새로 새로운 변신을 시도한다. 광활한 산자락을 배경으로 눈부시게 반짝이는 솜털꽃 뽀얀 억새밭은 제주 가을의 이미지이다.
가을이 오면 제주도 중산간 지역에는 온통 억새의 물결로 출렁인다. 억새꽃 다발이 바람에 흔들리는 언덕 길 사이로 가을이 살며시 흘러간다. 한가로움 넘치는 가을 들녘엔 말떼들도 제철을 만났다. 유난히 말과 인연이 깊은 제주도는 이 즈음엔 억새밭을 배경으로 한 말들의 표정에도 생기가 넘친다. `천고마비(天高馬肥)`라 먹을 것이 넉넉한데다 빼어난 절경이 주는 호사스러움을 저들도 아는 모양이다.
제주도의 억새가 가장 장관인 곳은 동쪽 산기슭의 화산 분화구인 산굼부리 주변. 제주도에서 보호하고 있는 대표적인 억새 군락지다. 머리칼을 타고 넘는 바람을 맞으며 정상에 서면 햇살에 부서지는 하얀 억새꽃의 물결이 들판 가득 출렁거린다. 하얗게 반짝이는 억새꽃은 알록달록 물든 주변 경관만 아니라면 마치 어느 봄날의 화원으로 착각을 일으킬 정도다. 사람의 키를 훨씬 넘는 억새밭 한 가운데로 걸어 들어가면 문득 속세의 시름을 한순간에 잊어 버린다.
해발 1,100m 고지인 이곳에서 5ㆍ16도로 등 남북을 잇는 횡단도로를 가로 질러 닿을 수 있는 서쪽의 새별오름까지 연이어 억새밭이 펼쳐진다. 도로 주변 곳곳이 하얀 떡가루을 뿌려 놓은 듯 억새꽃으로 반짝인다. 새별오름은 고려의 최영 장군이 원나라가 망했는데도 투항하지 않고 3,000여마리의 말들을 동원, 저항하던 몽골의 잔당들을 토벌한 곳이다. 비록 그들이 남긴 말들은 아니겠지만 제주도는 어느새 대표적인 말의 산지가 됐다.
억새는 벼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로 산기슭에 주로 자란다. 억새의 꽃은 정확히 말해 바람에 태워 날려보낼 종자에 털을 가득 매어 단 열매라고 한다. 억새는 갈대와 자주 혼동되지만 물억새 등 일부 종을 제외하면 해발 200m이상 산간지대에 자라는 것이 대부분이다. 꽃도 억새가 술처럼 밑에서 여러 갈래로 갈라지는 반면 갈대는 가지가 위로 올라가면서 여러 번 갈린다. 빛깔도 억새가 은백색을 띠며 갈대보다 훨씬 반빡거린다.
길에서 만난 한 여행객은 “제주도는 철따라 바뀌는 색다른 아름다움과 멋을 간직한 곳”이라며 “특히 낙엽이 지고 바람이 부는 가을날의 억새는 `억새지`않은 서늘함과 어울려 조용히 사색에 잠기게 한다”고 말했다.
억새를 볼 수 있는 곳
비단 제주뿐 아니라 가을을 맞는 전국 곳곳의 산하는 억새꽃이 한창이다. 낙엽을 밟으며 산을 오르다 문득 산마루에서 바라보는 은백색의 억새 물결은 땀 흘린 대가를 보상해 주고도 남는다.
경기도 포천의 명성산, 강원도 정선의 민둥산, 경남 밀양의 사자평, 창녕의 화왕산, 대구 비슬산, 전북 장안산 억새밭은 온 산을 뒤덮는 아름다움으로 가을 등산객들을 유혹한다. 명성산은 후고구려의 궁예가 왕건에게 쫓겨 숨어 들어간 산으로 알려져 있으며, 민둥산은 주변에 괴병골 계곡과 석회동굴, 목을 축일 수 있는 화암약수, 삼내약수 등이 있어 유명하다. 특히 화왕산은 억새의 대명사로 알려져 있을 만큼 6만여평의 대평원은 보는 이로 하여금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로 장관을 이룬다. 완만한 면과 급사면을 고루 갖추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젨(여행 메모)
◇교통=중산간의 억새꽃을 제대로 즐기려면 렌터카를 구하는 게 좋다. 제주시와 서귀포를 오가는 버스나 택시로는 원하는 곳에 닿기가 쉽지 않기 때문. 제주 공항에 도착하면 금호, 아비스 등 대형 업체들과 지방 군소 업체들이 대기하고 있다. 가격 8~15만원.
◇숙박=최근 특급호텔 뿐 아니라 콘도, 팬션 등 깨끗한 숙박업소들이 많이 들어섰다. 콘도는 회원권 보유 여부에 따라 달라 5~12만원대로 업체별, 평형별로 천차만별이다. 팬션은 가격은 특급호텔의 절반이하인 10만~12만원(1박기준) 정도에 어느 시골에 온 듯한 한적한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
◇안내=제주도 관광전문 업체인 대장정여행사(02-3481-4242)가 숙박과 교통, 항공편 을 일괄 제공하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 다른 업체에 비해 저렴하고 특히 렌터카는 신형 소나타를 하루 5만원정도에 제공한다. 남제주군의 하바나 팬션(064-738-7890)은 바다가 바라다 보이는 전망 좋은 위치에 산뜻한 분위기를 선사한다.
<제주(글ㆍ사진)=강동호기자 easter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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