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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냉전유물’에 봄오나
입력2003-07-25 00:00:00
수정
2003.07.25 00:00:00
민족상잔의 비극에 쉼표를 찍은 정전협정이 27일로 50주년을 맞는다.
그러나 한반도의 전쟁은 오래도록 정지상태에 놓였을 뿐이다. 지난해 10월 북핵 문제가 불거진 뒤 이라크전쟁을 접하면서 우리에게 전쟁은 다시 `가능한 현실` 가운데 하나가 됐다.
20세기에 종식된 냉전이 유독 한반도에서 만큼은 질긴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냉전시대의 유물 가운데 상징적 존재가 바로 63개 항으로 이뤄진 정전협정이다.
협정은 2년이 넘는 지리한 협상 끝에 53년 7월27일 판문점에서 윌리엄 해리슨 미군 중장과 남일 인민군 대장의 서명으로 체결됐다.
그러나 정전협정은 단지 `발포중지`(cease fire)에 합의한 것일 뿐 국제법상 한반도는 여전히 전쟁상태다.
정전체제를 실질적으로 지탱해온 것은 군정위와 중감위이다. 군정위는 협정 위반에 대한 협의를 담당하고, 중감위는 군정위의 요청에 따라 비무장지대(DMZ) 밖의 정전협정 위반사항을 조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협정에 명시된 정치회담은 전쟁 관련국들이 평화체제 전환을 모색하자는 취지로 54년 4월26일 제네바에서 열렸지만 전쟁 책임을 둘러싼 소모적 논쟁으로 87일만에 성과 없이 막을 내렸다.
협정은 반세기를 거치면서 사실상 효력정지 상태에 놓여 있다. 잇따른 협정 위반으로 `비무장`지대는 군사시설물이 들어서는 `중무장`지대로 변질됐다.
적대행위 금지 의무도 무장공비 침투, 도끼만행사건, 땅굴 발견 등으로 빛이 바랬다.
군정위도 91년 3월 한국군 장성이 유엔사측 수석대표로 임명된 이후 북한의 본회의 거부로 유명무실해졌고, 중감위도 북한이 간첩행위 논란을 제기한 뒤 체코ㆍ폴란드 대표를 철수시킨 뒤 제 기능을 잃었다.
북한은 이후에도 `인민군 판문점대표부` 설치, MDLㆍDMZ 유지ㆍ관리 의무 포기선언 등을 잇따라 내놓았다.
북한은 99년부터 서해 북방한계선(NLL) 문제도 본격 제기하면서 `새로운 해상분계선`과 `서해5도 통항질서`를 내놓았다. 결국 남북은 NLL 인근 수역에서 99년과 2002년 두차례 무력충돌을 빚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현재의 정전체제는 98년 6월부터 가동에 들어간 북한군 판문점대표부와 유엔사 군정위간 장성급회담을 통해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2003년 한반도의 정전체제는 북한의 핵개발 파문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미국은 정전협정이 금지하고 있는 대북 해상ㆍ공중봉쇄를 추진중이고 북한은 보복을 다짐하고 있다.
하지만 정전체제의 무력화는 역설적으로 평화체제로 이행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핵 위기 해소를 위한 다자대화의 틀 속에서 북한의 체제보장 문제가 어느 정도 해소될 경우, 항구적인 평화를 목적으로 하는 평화협정 체결의 첫발을 내디딜 수 있기 때문이다.
정전협정은 불안한 평화를 유지해온 안전판인 동시에 민족의 분단을 고착화한 족쇄이기도 했다. 핵 위기로 시작된 국제적 대화를 한반도에서의 명실상부한 전쟁종식 협상으로 유도해나갈 지혜가 필요한 때다.
국방대학원 한용섭 교수는 “정전상태 유지라는 소극적 평화를 넘어 남북이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민족공동의 이익을 위해 협력하는 적극적 평화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양정대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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