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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장보고의 꿈'
입력1999-02-23 00:00:00
수정
1999.02.23 00:00:00
새로운 세기, 새로운 천년의 개막을 목전에 두고 새로운 역사의식의 정립이 필요한 때다. 역사의식이란 과거에 대한 기억력, 현재에 대한 판단력, 미래에 대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이뤄지는 구체적이며 주관적인 의식을 의미한다. 따라서 역사의식이란 단순한 추상적 사고일 수 없으며 인식의 객체와 주체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뮤지컬 드라마 「장보고의 꿈」이 예술의 전당에서 오는25일부터 3월7일까지 공연된다. T.S.엘리엇이 말했듯 드라마는 생각할 것을 준다. 장보고라는 역사인식의 객체가 주는 오늘의 시사점은 무엇인가.
첫째 미국 하버드 대학교의 라이샤워 교수가 장보고를 해상왕으로 칭송했다는 점이다. 한민족이 고구려·신라·백제로 3분돼 당나라에 의해 이름뿐인 통일신라를 생성하게 된 암울한 시대적 배경에서, 장보고를 구심점으로 한 한민족의 해양세력은 동북아 바다를 무대로 대외통상활동을 전개했다. 장보고의 통상외교협상능력, 개척자적인 기업가정신, 선박건조능력과 해운능력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이는 한민족의 핏속에는 바다개척에 대한 원초적 본능이 잠재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 하겠다.
둘째 장보고 시대의 신라방은 오늘날 지구촌 경제시대에도 전세계적으로 엄연히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유럽의 라스팔마스, 사모아 등 남태평양의 어업전진기지는 물론 미국의 뉴욕항, 시애틀항, 유럽의 함부르크항, 로테르담항과 아시아의 싱가포르항에는 한진해운 등 우리나라 해운회사들이 장기 임차하고 있는 항만들은 오늘날의 신라방에 다름 아니다.
셋째 왜 장보고의 꿈이 좌절됐는가에 대해 분석해 볼 일이다. 『만일 장보고가 딸자식으로 인한 정권다툼에 개입하지 않았다면, 또한 장보고를 살해한 염장 역시 작은 정치적 음해를 품지 않았다면』이라는 역사의 가정이 우리를 씁쓸하게 한다. 역사가 종종 그러하지만 특히 우리 역사의 음모, 편가르기 등의 고질적 내부갈등으로 모처럼의 세계를 향한 바다경영의 꿈이 좌절된 것은 그지없이 안타까운 일이다.
넷째 뮤지컬 드라마 「장보고의 꿈」이 20여개국의 해외공연에 비교적 성공을 거두었으나 국내공연이 사실상 처음이라는 점도 주목할 점이다. 현대를 사는 우리는 역사의 영웅 재조명보다는 영웅죽이기에 더 익숙한 것은 아닌지 반성해 볼 일이다. 미국의 서부개척정신을 뮤지컬 드라마화한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나, 일본이 근대화의 기틀을 만든 사이고 다카모리 등 메이지(明治)유신의 주역들을 시대극으로 재조명하는 것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미래는 현재로부터 시작되는 것이며, 현재는 과거를 바탕으로 가능했다는 역사의식에 입각할 때 미래는 단순히 앞으로 다가올 시간이 아니라 역사의 흐름속에서 창조되며 전개되는 것이다. 「장보고의 꿈」을 관람하고, 발전은 상상에서 시작되고 행동으로 실현된다는 교훈을 가슴에 새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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