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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경영권분쟁과 경제
입력2004-02-09 00:00:00
수정
2004.02.09 00:00:00
현대그룹 경영권 분쟁이 고비를 맞고 있다.
정몽헌 회장 사후에 미망인인 현정은 현대엘리베이터 회장과 시숙인 정상영 금강고려화학(KCC) 명예회장 간의 다툼은 재벌의 집안문제라고 간단히 치부하기는 어려울 만큼 국민경제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엄청나다.
고래싸움에 새우 등 터지듯 대주주들의 밥그릇 싸움에 애꿎은 소액주주들이 막대한 피해를 입는 것은 물론 지분확보를 위해 온갖 불법과 편법이 동원되는 과정에서 불투명한 기업경영 문제들이 그대로 노정되고 여기에 실망한 외국인투자자들이 서둘러 한국시장을 떠나고 있다.
경영권을 누가 차지해야 하는지는 국민경제적 입장에서 중요한 문제도 아니고 제3자가 왈가왈부할 문제도 아니라고 본다.
하지만 경제학자로서 현대사태를 지켜보면서 우리경제의 고질적인 문제가 이 사태에 그대로 투영되고 있기 때문에 향후 우리경제의 체질을 튼튼히 하고 경제질서를 제대로 확립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 있다고 본다.
경영권 분쟁의 승패는 지분확보를 위해 정상영 회장 측이 단행한 위법행위에 대한 금감원의 결정에 달려 KCC는 현대엘리베이터의 주식을 매집하는 과정에서 사모펀드와 뮤츄얼펀드를 통해 지분의 20.63%를 매집하고도 이 사실을 정해진 기한 내에 공시하지 않았다.
증권거래법에서 명시하고 있는 “지분 5% 고지 룰”을 위반한 것이다. 현재 조사 중인 사안을 굳이 논제로 삼는 이유는 전례가 없다는 이유로 주식처분이나 의결권 제한 등의 처분명령을 반대하는 여론이 있기 때문이다.
증권거래법을 위반한 지금까지의 선례들은 단순한 업무착오 들로 금번 KCC건과 같이 경영권 인수 목적임을 당사자가 직접 밝히고 있는 사례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경제질서의 확립은 공정하고 엄격한 법 집행에서부터 시작되고 또 완성된다.
법 제정 취지에 어긋나느냐 아니냐가 중요하지 선례가 있고 없고 가 무슨 의미가 있는가?
동법의 취지는 최소한의 경영권 방어에 있다. 갈수록 적대적 M&A의 가능성이 높아지는 경제환경 변화 속에서 최소한의 경영권 방어 조치가 없이는 건전한 기업윤리뿐 아니라 더 나아가 국가경제질서자체를 유지하기 어렵게 된다.
만약 위법사항에 대해 강력대처하지 않는다면, 향후 유사한 사례의 빈발을 방지할 수 없는 것은 물론 이는 시장질서의 교란을 야기하고 나아가 국가경제의 경쟁력을 도태 시키는 독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뿐만 아니라 기업의 불투명한 경영관행은 투자를 저하시키고 그 결과 고용을 감소시키는 근본적인 원인이므로 현재 우리경제가 당면해 있는 경기침체를 극복하고 청년실업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도 원칙적 대응이 필요하다.
이러한 필요성은 최근 금강고려화학의 불법행위가 드러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금강고려화학의 주식을 급거 매각하고 있어 불과 석달만에 외국인 지분이 32%에서 21%로 급락하였다는 데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법과 원칙이 지켜지고 이를 통해 국가경제질서가 올바로 확립되지 않는다면, 기업의 경영이 투명해지고 투자가 촉진되고 경제가 활성화되어 실업문제가 해소되는 살기 좋은 나라는 요원할 것이다.
경제를 살리고, 청년실업을 줄이는 데는 엄청난 국고가 들어가는 무슨 대책, 무슨 대책을 줄줄이 발표하는 것보다 작은 것 같고 더딘 것 같지만 원칙이 원칙으로 지켜지는 경제환경을 만들어가는 일이 훨씬 더 중요하고 또 효과적이다.
<이혜훈 교수(연세대학교 동서문제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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