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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서경벤처히트상품] 튀는 아이디어가 성공 밑거름
입력2003-12-29 00:00:00
수정
2003.12.29 00:00:00
서정명 기자
고양이를 보고 어떤 사람은 그냥 단순히 동물이라고 치부해버린다. 반면 어떤 사람은 고양이의 수염과 귀여운 특징을 잘 찾아내어 캐릭터를 만들어낸다. 하나의 사물을 보고 어떤 이는 그냥 무시하고 지나치지만 어떤 이는 이를 상품화시킨다. 고양이를 캐릭터로 성공시킨 헬로우 키티(Hello Kitty)는 인형이나 다른 상품으로 변신해 현대자동차가 해외에 수출하는 수십만대의 자동차 보다 더 큰 수익을 안겨주고 있다.
반짝이는 아이디어 하나가 기업의 성공 밑거름이 되는 시대다. 내수경기 침체와 해외수출 부진 등으로 중소 벤처기업들이 어느 때보다 힘들고 우울한 한해를 보냈지만 `이게 사업이 될까`하고 남들은 거들떠 보지도 않았던 아이템을 사업화에 성공해 잘 나가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서울경제신문이 선정한 2003년 히트상품은 이러한 노력의 결과물로 이루어진 것이다.
기협중앙회 김영수 회장은 “자동차, 조선 등 중후장대한 사업은 대기업이 맡고 중소벤처기업들은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부품과 정보통신, 서비스 분야에서 충분히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고 해외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며 중소 벤처기업들은 남들과 다른 제품을 만들어 세계시장에 수출하는 도전정신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개발 없으면 존립도 없다=우리나라의 핵심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에 비해 아직도 평균 65%에 머물고 있으며 기술격차도 5.8년 가량 뒤떨어져 있다. 특히 우리를 바짝 뒤쫒고 있는 중국에 비해서는 1.7년 가량 기술수준이 앞서 있지만 앞으로 5년 이내에 양국간 기술수준은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근접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소 벤처기업들이 중국이나 동남아 국가와의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연구개발과 톡톡튀는 아이디어로 승부를 걸 수 밖에 없다.
휴대폰 단말기 개발업체인 벨웨이브는 대표적인 연구개발 업체이다. 생산공장이 없는 것도 특이하지만 기술특허권과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올해에만 4,200억원의 매출과 10%대의 순이익률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히트상품 제조기`라는 별명이 결코 과장된 것이 아니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30% 가량 늘어난 5,5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다.
이 회사는 전체 인력 330명중 75%에 해당하는 250명이 연구개발 경력 5년 이상일 정도로 기술력으로 승부를 걸고 있는데 직원 일인당 수익도 1억6,000만원으로 세계 최고 수준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볼펜 끝에서 불빛이 나오는 반디펜을 생산하고 있는 길라씨엔아이도 연구개발과 아이디어 하나로 사업기반을 다진 회사다. 생산품의 대부분을 중동 등 해외시장에 수출하고 있으며 이 품목 하나만으로 연간 70억원 이상의 수출을 달성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국내 중소 벤처기업들이 일본의 기술력과 중국의 가격경쟁력에 뒤져 존립기반을 상실하고 말 것이라는 진단을 내린다. 이에 대해 길라씨엔아이 김동환 사장은 결코 그렇지 않다고 잘라 말한다. “생각을 달리 해야 한다. 우리는 중국보다 기술력이 앞서 있고 일본보다는 저렴한 노동력을 가지고 있다. 중소기업들은 경영환경을 탓하기 이전에 연구개발로 탈출구를 마련해야 한다”김사장의 설명이다.
◇국내에서만 머물 것인가=벤처기업들의 해외시장 진출이 탄력을 받고 있다. 벤처기업중 45.1%가 합작법인이나 해외지사를 설립해 해외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는데 이는 2001년의 40.1%에 비해 다소 늘어난 수치다. 올해의 경우 수출이 65.3%로 가장 많았으며 해외지사 설립(19.3%), 합작법인 설립(9.5%), 해외기업 투자(5.2%), 해외연구소 설립(0.6%) 등이 뒤를 이었다. 해외진출 기업도 중국이 29.3%로 가장 많았고 미국(20.5%), 일본(18.0%), 동남아(14.1%), 유럽(8.5%) 등 다변화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벤처기업협회 장흥순 회장은 “지난 2001년 벤처기업은 모두 343만 달러의 수출을 달성했으며 2002년에는 412만 달러를 달성하는 등 수출규모가 늘어나고 있다”며 “해외진출은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전략적 과제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수출과 관련해 셋톱박스를 생산해 90% 이상 유럽과 중동에 수출하고 있는 휴맥스 변대규 사장은 “국내시장이 협소할 경우에는 국내 영업을 강화하기 보다는 해외시장부터 공략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여기에는 연구개발을 통해 해외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정명기자 vicsj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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