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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투쟁의 새 방향
입력1999-11-28 00:00:00
수정
1999.11.28 00:00:00
경제가 이렇게 되살아난다는 기대감과 함께 근로자들의 임금인상에 대한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후 엄청난 불황이 닥치면서 정리해고·임금삭감의 고통을 감내한 노동자들이다. 이제는 경기가 회복됐으니 그 혜택을 우리도 누려야 하지 않겠느냐는 주장을 펴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주장은 경기가 앞으로 계속 호전된다고 가정할 때 당연한 요구라고 볼 수 있다. 그만큼 고통을 인내해왔으며 그 결과 기업의 수익성이 호전됐으니 이에 상응한 과실배분에 동참하겠다고 주장하는 데에는 충분히 공감이 간다.노동자들의 이같은 주장을 이해하지만 실천방안은 구태에서 탈피해야 한다. 임금인상 주장의 방향을 보다 미래지향적이고 노사간 윈윈(WIN-WIN)의 결실을 맺을 수 있는 쪽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 임금의 몇 퍼센트 인상이나 상여금 지급 같은 구태의연한 주장을 사측(社側)에 제시하기보다는 주식의 배분을 통해 경영실적의 결과를 공유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는 것이 훨씬 현명한 판단이다. 노동자가 기업에 단순히 노동력을 파는 제3자적인 입장을 취할 것이 아니라 적은 지분이라도 보유하면서 주인의 위치를 취하는 것이 노동자의 입장에서는 월등히 유리할 것이다.
이는 마치 최고경영자(CEO)가 자기의 보상을 고정급으로 받아가기를 원하기보다 스톡옵션으로 받기를 원하는 논리와 마찬가지다. 기업을 잘 키워 기업가치를 높이고 이를 통해 시장에서 평가되는 주식의 가치를 극대화시키는 것이 훨씬 큰 부(富)를 축적할 수 있다는 것을 아는 경영자들은 고정급에는 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그보다는 옵션에 더 큰 기대를 건다. 물론 옵션가치를 높이기 위해 경영자 본인도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 이와 같이 노동자들도 고정급을 얼마 더 받기 위해 투쟁하기보다는 주식을 받는 쪽으로 노력하는 것이 부의 배분에 훨씬 유리하다. 그렇게 하는 것이 주인의식과 작업능률을 스스로 고취시키는 데도 도움이 된다.
실제로 우리나라 벤처기업의 대명사로 여겨지는 미래산업㈜에는 노조도 없고 노사간 임금투쟁도 없다. 우리사주를 통해 모든 종업원들이 주주이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주식시장에서 자사 주식의 가격이 폭등하는 바람에 모든 사원들이 1억~5억원의 자산을 가진 부자가 됐다고 한다. 고용된 노동자라는 의식이 없는 만큼 직원들은 일도 무섭게 한다. 공장에 가보면 담배를 피우거나 잡담하는 사람을 찾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냥 돌아다니는 사람도 보기 힘들다. 그렇다고 누가 감시하는 것도 아니다. 자기 회사이기 때문에 열심히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만큼 우리사주 제도가 종업원들에게 유리하게 제도화돼 있는 나라도 드물다. 그런데도 종업원들의 주식보유 성향은 선진국에 비해 낮은 형편이다. 아마도 그동안 우리 기업사회에 소유주 경영자 형태가 너무 보편적이었기 때문에 그렇게 됐다고 믿어진다. 앞으로의 추세는 주주의 주권시대가 될 것이고 여기에 노동자들도 적극 동참해야 할 것이다. 이를 외면하고 구태의연하게 임금인상 투쟁에만 매달린다면 기업활동의 결과로 쌓인 부의 배분에서 노동자들만 소외될 가능성이 높다. 진정한 주인의식, 생산성 향상, 부의 공평한 배분을 얻으려면 주식소유를 통한 경영참여가 노동자들이 추구해야 할 새로운 보상전략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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