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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 먼저 해주고 절감액 나눠받아 투자비용 회수/에너지절약마트
입력1997-04-29 00:00:00
수정
1997.04.29 00:00:00
한상복 기자
◎돈 많이 들어 고민되십니까?/「에너지절약사」에 맡겨주세요/잠재시장 막대… 국내 11개업체 수주 활발/대기업서 정부기관·대학까지 계약 확산/매년 「절약마트」 개최… 다소비업체 참여 기대태일정밀 에너지사업부 직원들은 서울 본사에서 근무하는 시간이 거의 없다.
고객들의 전화를 받는 즉시, 전국 각지에 내려가 상담을 하거나 애프터서비스 활동을 벌인다. 고객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간다.
이들이 하는 일은 기업이나 공공기관, 학교 등 거대건물의 에너지 비용을 줄여주는 것이다. 전력소모가 적은 고효율기기를 설치하는등 전문적인 진단과 프로그램을 통해 거대건물의 에너지 소비를 줄여주고 이에따른 이익을 나눠먹는다.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에너지 사용을 억제해 얻는 이익은 연간 수천만원에서 수억원까지 다양하다.
에너지절약 전문기업(ESCO·Energy Service Company)을 표방하는 업체들이 90년대 들어 하나둘씩 나타나면서 이 분야가 유망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늦은 밤에도 텅빈 사무실을 환하게 밝히고 있는 고비용형 대규모 건물들이 이들 ESCO의 주요 사업대상이다. 에너지 비용에 인색하지 않은 우리나라의 현실을 감안하면 ESCO 사업의 무대는 엄청나게 넓은 셈이다.
ESCO들은 「악어새」다. 기업이나 공공기관 등의 에너지 고비용을 쪼아 없애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악어새라고 해서 이들 기업이 악어(대규모 건물)에 기생하는 조그만 덩치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때로는 「매머드급 악어새」들이 자신보다 규모가 작은 수요자의 고비용과 비효율을 이빨사이에서 제거해주기도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중앙개발이다. 삼성그룹의 계열사인 중앙개발은 지난해 4월 용인 에버랜드(구 자연농원) 워터파크의 냉난방 및 공기조화시스템으로 분리형 전열교환기를 설치했다. 설치비용 2억2천만원은 모두 중앙개발이 부담하고 대신 27개월동안 이 시설 설치에 따른 에너지 절감액 연간 9천3백70만원은 중앙개발이 갖기로 했다. 계약기간이 끝난 뒤의 에너지 절감소득은 모두 에버랜드의 몫이다. 중앙개발은 지난 92년 에너지절약 전문기업 1호로 등록한 기업이다. 국내 ESCO 사업의 선두주자인 셈이다.
태일정밀도 우리나라 악어새 가운데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만한 기업이다.
지난 94년 이 사업에 착수한 이래 서울지방철도청의 과천선 8개 역사, 분당선 11개 역사의 에너지 효율화 사업을 맡아 연간 2억8천여만원의 비용을 줄였다. 지난 95년에는 부산 경성대학과 에너지절약사업 계약을 체결, 1억6천만원을 들여 이 대학의 조명시설을 고효율 기기로 교체했다. 이후 경성대학은 연간 69만2천kWH의 전력사용을 줄여 연간 4천9백여만원의 전기요금을 절약하게 됐다.
이들 악어새의 성공에 자극을 받아 주요그룹의 계열사는 물론 중소업체들까지 잇달아 ESCO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삼성중공업 등 삼성그룹 계열사와 LG산전·LG하니웰 등 LG그룹 계열사에 이어 현대중공업이 가세, 삼성LG현대의 「대기업 악어새 삼파전」이 벌어지고 있다. 이밖에 벽산개발과 삼영설비, (주)이씨아이 등 전문업체들까지 합치면 국내에서 활약중인 ESCO는 11개사에 이르고 있다.
ESCO의 효시는 미국이다. 미국에선 ESCO가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자원과 에너지가 풍부한 미국의 사정으로 보아 이례적인 일이다. 하지만 미국 기업이나 공공기관들의 에너지비용 절감 노력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이들은 예상밖으로 「왕소금」이다. 미국 경제의 회복 원동력을 이같은 절약노력에서 찾는 시각도 많다.
전자식 안정기를 수출하기 위해 지난 88년 미국을 방문했던 T사의 O부장은 한 회사가 전자식 안정기를 한꺼번에 60만개나 주문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 회사는 뉴욕의 쌍둥이 빌딩에 에너지절약시설을 투자하고 일정기간동안 남는 이익을 받음으로써 투자비용을 회수하기로 계약, 전기시설 교체를 위해 안정기를 무려 60만개나 구매한 것이다.
지난 70년대말 에너지파동을 계기로 미국에서 생겨난 ESCO는 90년에 2백여개로 늘어났고 현재 3천여개에 이르고 있다.
미국에 비할 때 우리나라 ESCO는 아직 「새싹」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무엇보다도 ESCO의 존재가 제대로 알려져있지 않기 때문이다. 통상산업부와 에너지관리공단은 매년 「에너지절약마트」를 개최, ESCO를 널리 알리고 에너지 다소비 기관들이 적극 이용토록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한상복>
◎에너지절약전문사(ESCO)
ESCO는 자기 자금으로 에너지 다소비업체에 절약시설을 투자, 사후관리까지 해주면서 일정 기간동안 여기에서 얻어지는 에너지절감액을 받음으로써 투자비용을 회수하는 기업이다. 에너지 다소비업체로서는 자금부담이 전혀 없고 관리·운영책임도 지지않으면서 에너지절약 이익을 누릴 수 있는 셈이다.
에너지 절약시설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없고 시설투자에 대한 부담을 느끼는 에너지다소비업체로서는 ESCO에 의뢰함으로써 위험부담없이 절약이익을 누리고 시설투자에 따른 불편을 해소할 수 있게 된다.
ESCO는 지난 70년대말 오일쇼크에 따른 에너지 파동이 일어나자 미국에서 처음 도입됐으며 우리나라가 두번째다. 일본도 에너지 절약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 최근 도입을 추진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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