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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시대, 현대인은 사이보그다"

윤대녕 지음, '사슴벌레 여자'소설가 윤대녕이 사이보그(인조인간)의 비애를 소재로 작품을 썼다. 다른 사람의 기억을 주입당한 남녀의 이야기를 담은 신작장편 '사슴벌레 여자'이다. 제목의 사슴벌레는 기억을 주입당한 사람에게 새겨지는 일종의 문신이다. 윤대녕의 신작은 '옛날 영화를 보러 갔다''추억의 아주 먼 곳''달의 지평선''코카콜라 애인'에 이은 다섯 번째 장편. 이번 작품에서 작가는 커다란 변신을 보이고 있다. 이전의 소설이 섬세함과 감성적 표현을 주무기로 삼았다면, 새 소설은 짧은 문장을 속도감 있게 구사하면서 황폐한 사이버시대의 단면을 냉혹하게 드러내 보여준다. 마치 영화 '블레이드 러너'나 '가타카'를 보듯 스산하다. 소설 속으로 들어가 보자. 기억상실증에 걸린 이성호는 기억상실의 상태로 시청 지하철역 근처를 방황하다가 편의점에서 우연히 키 작은 여자 서하숙을 만난다. 서하숙은 자신의 숙소를 빌려주며 그의 기억이 회복될 때까지 남의 기억을 빌려 살아가라고 권한다. 서하숙의 권유로 이성호는 이명구라는 인물의 기억을 이식받지만, 이명구의 옛 약혼녀 차수정에 대한 살의까지 떠맡아 고통을 받는다. 결국 이명구의 감정에 따라 차수정의 자살현장에서 그녀의 죽음을 이끄는 비극을 맞는다. 이성호는 이 극단의 혼돈을 벗어나 보려 하지만 소용 없는 일. 믿었던 서화숙마저 자신과 마찬가지로 기억을 주입받아 사슴벌레 낙인이 찍힌 여자라는 사실에 절망한다. 그러면서도 두 사이보그는 운명처럼 서로 의지하는 관계가 된다. 이명구와 차수정은 죽어서 자기 고유의 기억을 지켜내고, 사이보그 이성호와 서화숙은 남의 기억으로 살아남았다. 어쩌면 사이버시대 인터넷의 거미줄망을 오가며 기억을 이식받고 있는 현대인들은 모두 소설 속의 두 인물처럼 사이보그인지도 모른다. 문학평론가 백지연은 "작가가 들여다보는 것은 정체성의 분열증에 휩싸여 있는 연약하고 불안한 현대인들의 내면"이라며 "소설은 사슴벌레 문신을 통해 영원한 타자로 방황하는 현대인의 존재론적 방황을 일깨워준다"고 평했다. 그러고 보면 "(소설을 쓰는 동안) 밤마다 컴퓨터 앞에 붙어앉아 글이 풀리지 않거나 알고 싶은 정보가 있으면 인터넷을 헤집고 돌아다녔다"면서 "나는 아마 사이보그로 살았던 모양"이라 말하는 윤대녕 역시 어쩔수 없는 현대인인 셈이다. 문성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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