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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파워' 미국 위상 흔들리나
입력2000-12-15 00:00:00
수정
2000.12.15 00:00:00
'슈퍼파워' 미국 위상 흔들리나
[막오른 부시시대] 팍스아메리카나의 위기
미국 43대 대통령으로 확정된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텍사스 주지사가 대통령 직무를 잘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는 미국인은 37%에 불과했다. 또 부시 주지사의 손을 들어준 연방 대법원의 결정에 대해 48%가 '정치적 결정'이라고 비아냥거렸다.
부시의 당선에 대해 59%가 적법한 것이라고 지지했지만 정통성이 없다는 주장도 37%에 달했다.
14일(현지시간) 부시의 당선확정 이후 월스트리트저널과 NBC가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다.
민주당의 앨 고어후보가 패배를 승복하고, 부시 당선자가 '공화당의 대통령이 아니라 미국의 대통령'임을 재확인시키면서 '통합'을 외치고 나섰지만 선거의 후유증은 단기간에 가실 것 같지 않은 상황이다.
워싱턴 정가는 부시에겐 '허니문'이 없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새 대통령에 대해 의회 나 언론이 6개월정도 우호적으로 대해주곤 하는 관행이 이번엔 적용되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정치적으로뿐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순탄치 않은 앞길이 예상된다. 10년간의 장기호황이 막을 내리면서 연착륙이냐, 경착륙이냐를 따지고 있는 시점에 출범하는 부시행정부는 당장 선거공약의 실천이 쉽지 않을 상황이다. 조세감면의 경우 공화당 내부에서조차 경기 하강국면을 감안, 철회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부시행정부에 대해 걱정하고 있는 것은 미국민만이 아니다. 유럽, 아시아 각국은 외교경험이 전무하다시피 한 부시당선자의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부시행정부 앞에는 복잡다단한 세계 정세가 기다리고 있다. 화약고로 되살아난 중동, 유례없는 긴장상태에 접어든 중국과 타이완, 전략미사일문제로 미국과 마찰을 빚고 있는 유럽, 마약과 정치혼란 문제가 끊이지 않는 뒷마당 중남미 등 곳곳에 지뢰밭투성이다.
6년간의 텍사스 주지사가 유일한 정치경력인 부시당선자가 이처럼 얽히고 설킨 국제정세의 실마리를 풀어나가는 슈퍼파워 아메리카호의 선장역할을 어떻게 해낼지 전세계가 호기심 반, 우려 반의 눈길로 지켜보고 있는 셈이다.
부시행정부의 외교정책 주역은 10년전 조지 부시 전대통령 시절의 참모들로 채워질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나마 부시당선자의 경험부족을 커버하면서 부시행정부의 외교정책방향을 점칠 수 있게 만드는 부분이다. 90년 걸프전의 지휘부였던 딕 체니 부통령당선자(당시 국방장관), 국무장관으로 유력시되는 콜린 파월 당시 합참의장과 콘돌리사 라이스 국가안보담당 보좌관이 외교정책을 이끌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유럽, 중국 등은 부시당선자의 외교경험 부족 때문에 공화당 매파들의 입김이 세질 것을 걱정하고 있다. 외교정책의 핵심들인 파월과 라이스가 모두 러시아 및 동유럽, 중동지역을 벗어나면 이렇다 할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사상 유례없는 혼란을 거쳐 백악관에 입성할 부시당선자에 대해 슈퍼파워 아메리카호를 항로이탈 없이 제대로 이끌어낼지 전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뉴욕=이세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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