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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료·용수시설 확대… 수확량 크게 늘리고
제초로봇·항공방제 등 신기술 개발도 한창
양질의 국산쌀 공급해 해외 교민 위주 수요
현지인까지 확산 기대
지난 22일 찾은 충남 당진군 '대호간척지 수출용 원료 벼 재배단지'. 입구에 들어서자 끝없이 펼쳐진 초록 물결이 한눈에 들어왔다. 정부의 수출용 원료 벼 생산 프로젝트에 따라 5월에 심은 어린 모들의 행렬이다. 이곳은 농림축산식품부를 중심으로 민관합동농수산식품개척협의회·한국쌀가공협회·쌀수출협의회·농촌진흥청·농어촌공사 등 6개 기관·단체가 '우리 쌀 해외 진출의 성공 모델을 만들자'는 데 뜻을 모으고 2월 충남 당진 대호간척지구에 200㏊ 규모로 조성한 'K미(米) 수출 전초기지'다. 올해 극심한 가뭄 속에서도 어른 무릎까지 자란 모들과 함께 '토종 쌀 수출 활성화'라는 희망의 새싹도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다.
습기가 많고 후덥지근한 날씨에도 현장에서 만난 담당자들의 얼굴에는 성공에 대한 기대감이 가득했다. 오랜 연구 끝에 우리 기술로 개발한 신동진·보람찬·다산1호·한강찰1호 등 8종의 우량품종을 재배단지에 100% 이식한 터라 가뭄에도 대풍을 자신하는 모습이다.
이각수 농어촌공사 당진지사 환경농업부장은 "질소비료 투입량을 기존 친환경 재배단지보다 60% 늘린데다 3.3㎡(1평)당 모 심는 양도 65~70주에서 80주로 늘렸다"며 "이에 따라 수확량도 친환경 재배단지보다 최대 40% 늘어난 3.3㎡당 500㎏에 육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원활하게 물을 대기 위해 연내 용수공급 시설을 확대할 방침"이라며 "생산성 향상을 위해 현재 50대50인 가공·밥쌀 생산 비중도 10월 수확 결과에 따라 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내년에는 재배단지를 2배 규모인 500㏊까지 확대하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신기술을 적용하는 방안도 예정돼 있다. 전문가로 구성한 현장기술지원단은 신기술 적용을 위한 실증 시험포를 각각 1~3㏊ 규모로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 연구되고 있는 신기술은 총 11가지. 가장 빠른 상용화가 기대되는 벼농사 제초로봇을 비롯해 무논직파·무인항공직파·무인항공방제·포트육묘 등의 기술 개발이 한창이다.
벼농사 제초로봇은 모를 손상하지 않고 스스로 주행하면서 잡초를 제거하는 장치로 GPS, 상법제어 시스템, 레이저센서, 제초작업기, 무논 주행용 바퀴 기술 등을 탑재했다. 연내 산업체 기술 이전을 거쳐 내년 중 상용화할 예정이다. 무논직파는 못자리를 만들지 않고 싹 틔운 볍씨를 기계를 이용해 직접 심는 신개념 재배기술이며 무인 헬기로 씨앗을 뿌리는 첨단농법인 무인항공직파는 기계 이양과 비교해 노동력을 92%까지 절감할 수 있다. 또 무인항공방제는 무인항공직파와 같은 방식으로 농약을 살포하는 기술이며 포트육묘는 포트에 벼 종자 두세 알을 뿌리고 30일쯤 기른 뒤 3.3㎡당 50줄기 정도를 논에 옮겨심는 농법이다. 이외에도 △가공용 쌀 품종비교 △파종상 비료 시비 △생분해 비닐 멀칭 직파(건답) △생분해 비닐 멀칭 직파(무논) △블록매트 기술 △간척지 춘파재배 실증 등의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황규석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기술지원과장은 "이들 기술이 상용화 단계에 이를 경우 생산성 향상→가격경쟁력 확보→수출 활성화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며 "양질의 국산 쌀을 원활히 공급함으로써 기존 해외 교민 중심의 수요를 현지인으로 다각화할 토대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수출 활성화를 비롯해 국내 농가의 오랜 고민거리인 농업인구 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부족도 해결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농 비중은 지난해 38.4%로 2000년의 21.7%보다 16.7%포인트나 늘었다. 이농 등으로 도시에 비해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오는 2024년에는 43.8%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된다. 유엔이 국가 전체 인구 가운데 65세 이상 비율이 7~14%이면 고령화사회, 14~20%는 고령사회, 그 이상이면 초고령사회로 분류하는데 우리 농촌은 이미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상황이다. 하지만 생산성을 높인 다양한 신기술이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정부 측 기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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