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상습도박의 '덫'

해외 인터넷 도박 전문사이트를 통해 120억원대 도박을 한 혐의로 현직 외교관과 국립대 교수 등 1만3,000여명이 경찰에 적발됐다.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신용카드를 이용해 50개 해외도박 사이트에서 상습도박을 한 1만3,000여명을 적발해 유모(49ㆍ무직)씨 등 7명에 대해 상습도박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김모(41ㆍ외교통상부 서기관)씨 등 2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일 밝혔다. 이들은 인터넷 배너광고나 스팸메일 등을 통해 알게 된 해외 도박사이트에 회원으로 가입한 뒤 작년 한 해 동안 슬롯머신, 세븐포커 등 도박을 하고 신용카드로 5만621차례에 걸쳐 120억원을 결제했다고 경찰은 말했다. 외교부 서기관 김씨는 해외공관에 근무하던 지난해 122차례에 걸쳐 3,000만원을 사용했고, 모 국립대 교수 홍모(62)씨는 382차례에 걸쳐 2,600만원을 카드로 결제한 혐의로 각각 불구속 입건됐다. 구속영장이 신청된 유씨는 3만5,000여차례에 걸쳐 1억원 이상을 도박자금으로 썼고, 이모(36)씨는 개인카드 한도가 초과하자 회사 법인카드로 도박자금 2,300만원을 결제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 관계자는 “도박꾼은 인터넷에 익숙한 젊은층이 많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30대에서 70대까지 연령층이 다양했다. 2,500만원 이상을 도박에 썼거나 100차례 이상 도박자금을 결제한 사람을 처벌대상으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전자상거래 사이트로 위장한 도박사이트 숫자를 감안하면 지난해 한해동안 도박자금으로 해외로 나간 돈이 250억원, 해외 도박장에서 직접 결제한 금액까지 합치면 그 돈은 1,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