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정문제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독일과 프랑스 두 정상이 입장 차이를 좁히는 데 성공했다. 이로써 유로존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사회의 협력도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대통령궁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유럽 차원에서 재정 통합을 확대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9일 열리는 유럽연합(EU) 정상회담을 앞두고 사전 의견 조율 성격이 강했던 이번 만남에서 두 정상은 시장의 기대에 부응한 것이다. 애초에 두 정상은 유럽 재정통합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했으나 재정통합을 수준을 두고 서로 다른 의견을 내놓았었다. 메르켈 총리가 법적 구속력을 강화해 회원국의 예산 및 재정지출을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 등 초국가적 기구가 감시하고 이를 위반한 국가를 유럽사법재판소(ECJ)가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내년에 선거를 앞두고 있는 사르코지 대통령은 보다 점진적인 개혁을 주장해왔다. 사르코지는 개별국가의 재정정책에 초국가적 기구가 개입하는 방안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으며 법적으로 구속력을 마련하기 보다는 자율적으로 제재하는 것을 선호했다. 하지만 이날 회담에서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던 두 정상 간의 의견은 사르코지 대통령이 독일 측의 입장을 수용하면서 크게 좁혀졌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독일측의 주장을 받아들여 재정 통합에 따른 법적 구속력을 강화키로 했으며, 독일이 반대했던 유로본드 발행도 실시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따라 유로존 채무위기 해결도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이에 앞서 4일 마리오 몬티 이탈리아 총리는 예정된 일정보다 하루 앞당겨 300억유로(45조5,000억원) 규모의 긴축안을 발표한 바 있다. 몬티 총리가 발표한 긴축안의 핵심은 재정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연금 개혁이다. 긴축안에 따르면 여성 근로자의 연금 수급 개시연령은 내년부터 현행 60세에서 62세로 늦춘 뒤 2018년까지 남녀 모두 66세에 맞추기로 했다. 또 연금을 받지 않고 70세까지 현업에서 일을 할 경우 각종 혜택을 부여키로 했으며, 남성 근로자의 경우 연금 혜택을 받기 위한 부담금 납부 기한을 현 40세에서 42세로 늘리기로 했다. 이와 함께 1가구 1주택 재산세를 부활시키고 부가가치세도 내년 2ㆍ4분기부터 현 21%에서 23%로 올리기로 했다. 또 세금 탈루를 막기 위해 1,000유로 이상의 현금거래를 금지하기로 했다. 특히 이날 긴축안을 발표한 몬티 총리는 본인은 총리와 경제장관 급여를 받지 않겠다고 밝히는 등 이탈리아를 재정 위기에서 구하기 위한 비장한 각오를 밝혀 시장의 기대를 한껏 키웠다. 이에 이탈리아 국채 수익률은 지난 주 초 한때 7.237%까지 치솟았으나 이탈리아 정부의 강력한 의지 덕분에 5일 장중 한 때 6.137%까지 떨어졌다. 티모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도 6일부터 3일간 유럽 재정 문제 해결을 위한 핵심 당사국인 프랑스ㆍ독일ㆍ이탈리아 정상들과 만남을 가지고 유럽 재정문제 해결을 위한 공조 방안을 논의한다. 한편 이날 독일 정부도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가 유로존 재정위기 해결을 위해 양자대출을 활용하여 국제통화기금(IMF)의 재원 확충에 참여할 경우 이를 허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집권 여당인 기독민주당의 미카엘 마이스터 금융담당 대변인은 이날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독일 정부는 IMF가 유로존 재정문제 해결에 중요한 역할을 해주기를 원한다"며 "만약 IMF가 더 많은 재원이 필요할 경우 분데스방크가 양자대출로 IMF를 지원할지 여부는 분데스방크가 스스로 결정할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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