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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해외유학 열풍
입력2001-06-18 00:00:00
수정
2001.06.18 00:00:00
철밥통 신화는 옛말 "박사따야 살아남는다"'철밥통 신화는 끝났다. 자기계발을 열심히 한 사람만이 빠른 승진과 발탁인사의 수혜자로 뜬다'
최근 정부 중앙부처 공무원들, 특히 경제부처 공무원과 사무관급을 중심으로 '해외유학 박사'열풍이 거세다. 국비 해외유학(석사과정)을 마친 뒤 곧바로 휴직, 계속해서 박사학위에 도전하는 공무원이 크게 늘고 있다.
그러나 박사학위를 취득해 공직에 복귀한 후 정부조직의 폐쇄성으로 전문분야의 자기일을 찾지 못하거나 보수에 불만을 품고 민간으로 전직하는 경우도 많아 '세금만 낭비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석사과정 유학후 휴직하고 박사도전=18일 행정자치부와 각 부처에 따르면 5월말 현재 박사학위 취득을 위해 휴직한 공무원은 50여명에 달한다.
국비로 석사과정을 마친 후 박사학위 취득을 위해 휴직하면 기본급과 경력의 50%를 인정해 주는 제도는 지난 94년부터 시행됐으나 정작 이를 이용하는 공무원은 최근 들어 크게 늘고 있다.
올 9월 미국의 W주립대학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하는 모 부처 김 모(33)사무관은 "어렵게 행정고시에 합격했지만 사무관(5급)에서 서기관(4급)으로 승진하는데 10년이 걸리고 또 부이사관(3급), 이사관(2급)까지 가려면 50대가 훌쩍 넘는다"면서 "귀국하는 것 보다 이번 기회에 박사학위를 취득해 전문성을 확보하는 편이 나을 것 같아 휴직을 심각하게 고민중"이라고 말했다.
◇경제부처 공무원 많아=이 같은 사례는 특히 인사적체가 심하고 행정고시에서 비교적 높은 점수로 합격한 경제부처 공무원들에게서 많다.
재경부의 경우 현재 박사학위 취득을 위해 휴직하고 있는 공무원은 11명에 달하며, 산자부도 8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행자부ㆍ농림부 각 1명, 환경부 3명, 건교부 4명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치다.
이에 따라 국비로 해외유학을 가기 위한 경쟁도 치열하다. 정부는 99년 180명, 2000년 236명, 2001년 217명 등 매년 200여명의 공무원을 각 부처의 인원에 비례해 선발, 유학을 보내고 있다.
국비 해외유학 대열에 동참하려면 2~3단계에 거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우선 각 부처에서 선ㆍ후배 동료와 경쟁을 하고, 행자부에서 각 과제별로 3명 이상의 복수추천을 받아 1명만 선발하므로 평균 3대 1 이상의 경쟁률을 뚫어야 한다.
◇유학후 민간 전직 부작용도=국민의 세금으로 해외 유학까지 시켜 공무원의 경쟁력을 높인다는 당초 취지와는 걸맞지 않게 이를 악용하는 사례도 있다. 석ㆍ박사 유학후 귀국해 민간기업으로 전직하거나 아예 해외에 눌러 사는 경우도 늘어나는 추세다.
실제 지난해 해외 유학한 기간만큼 공직에 근무해야 한다는 '의무복무기간'을 어긴 공무원은 11명에 달한다. 매년 해외유학자를 200명으로 계산하면 5%가 넘는 수치다.
이에 대해 행자부관계자는 "헌법에 보장된 직업선택의 자유를 정부가 어쩔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면서 "다만 의무복무기간 연장 등의 방향으로 고급두뇌들의 전문성을 국가가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 '고급인력 유출' 대책없나
고급인력을 정부에 잡아두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보수확충과 자기 일에 대한 만족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인사제도의 도입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것들을 짧은 시일에 달성하기는 무리인 만큼 중단기 대책도 함께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다.
중앙인사위의 한 관계자는 "석ㆍ박사 학위를 따고 공직에 돌아오면 전문분야에 맞는 부서배치 등 직무중심의 인사를 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면서 "국가가 많은 돈을 들여 공부시켜 놓고 그 인력을 사장시키고 있는 꼴"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선빈 삼성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고급인력이 계속 국가를 위해 봉사하게 하려면 무엇보다 공직이 민간에 개방되고 민간에서도 공무원을 받아 서로 교류 하는 시스템이 마련되야 한다"면서 "이렇게 되면 결국 정부와 민간이 함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석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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