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부품 기업 에스엘이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판매 호조로 실적 상승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오승준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23일 “에스엘의 실적은 현대차그룹의 국내 공장 생산량에 가장 큰 영향을 받지만 지난해 4ㆍ4분기에는 현대차그룹의 중국 판매량이 크게 늘어 지분법 이익이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지난해 4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1.3%, 197.3% 증가한 1,589억원, 92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에스엘은 지난해 2ㆍ4분기 원가율 상승으로 영업이익에서 35억원 적자를 기록했지만 이후 경비 지출을 줄이고 환율 변동 리스크에 적절히 대응하면서 실적이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있다.
에스엘의 가장 큰 매력은 주요 납품사인 현대차 그룹과 안정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오 연구원은 “비록 싼타페와 i30에 대한 해드램프 납품은 중단됐지만 이는 연간 전체 순이익의 4% 수준”이라며 “기아차 K-3, 현대차 제네시스, 소나타 차기 모델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부품을 납품할 예정이기 때문에 큰 우려는 없다”고 말했다. 특히 올해부터는 연결제무제표 공시에 따라 미국법인 매출액이 반영된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어서 싼타페, i30 물량 감소분을 상쇄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엔화 약세 추세가 당분간 완화될 것이란 전망도 에스엘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일본은행이 전날 잠재 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상향조정하고 추가 자산매입 정책을 발표했지만 시장이 예상했던 수준에는 미치지 못해 엔화 약세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전지원 키움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엔화약세를 가져올 만한 재료가 대부분 노출됐기 때문에 향후 엔화 약세 기조는 제한될 전망”이라며 “자동차 부품주에 대한 불확실성이 어느정도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신형 말리부에 대한 납품 기대치는 다소 낮춰야 할 것으로 보인다. GM은 신형 말리부를 지난해 10월 미국에서 공식 출시했지만 판매량이 기대치에 못 미쳐 재고조정 차원에서 12월 중순 이후 말리부의 생산라인 가동률을 낮췄다.
오 연구원은 “말리부의 판매 부진으로 올해 주당순이익(EPS)전망치를 1.0% 소폭 하향조정한다”며 “하지만 주요 납품사인 현대차그룹의 자동차 판매량이 여전히 견고하기 때문에 에스엘에 대한 투자매력은 여전히 충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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