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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미시시피의 거품, 그리고 1998년 겨울 서울
입력1998-12-23 00:00:00
수정
1998.12.23 00:00:00
예나 지금이나 단기투자로 고수익을 올리는 재미는 인간을 매료시킴에 틀림없는 모양이다.지난 가을 97년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마이런 숄즈와 로버트 머튼이 참여한 해지 펀드 롱 텀 캐피털 매니지먼트(LTCM)가 러시아 모라토리엄(대외채무 지불유예) 선언으로 대규모 손실을 보아 월가를 발칵 뒤집어놓은 적이 있다. LTCM은 소위 레버리지 기법을 활용, 자본금 수십억달러로 수백억달러의 자금을 마련해 투자에 나섰다.
18세기초에도 탁월한 신용창출자라 할 수 있는 존 로(JOHN LAW)가 프랑스에서 소위 「미시시피의 거품」(MISSISSIPPI BUBBLE)을 일으켜 물의를 일으킨 사건이 일어났었다.
사건의 발단은 스페인 왕위계승 전쟁에서 비롯된 1715년의 국가채무 부담이었다. 당시 프랑스와 영국은 국채 해소방안에 골몰했었다. 스코틀랜드 출신의 존 로는 루이 14세가 서거한 뒤 프랑스를 섭정하던 오를레앙공의 도박 친구였던 만큼 파리에서 중앙은행을 설립한 뒤 연이어 미시시피라는 금융회사를 세워 총지배인이 되었다.
미시시피은행은 미시시피강 하류의 루이지애나 식민지 상업독점권을 얻는 대신 정부 채권을 인수했으며 회사채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했는데 대대적인 선전공세에 힘입어 1719년 미시시피 주가는 액면가의 40배에 이르는 고가를 누렸다.
거품은 이듬해 2월부터 가라앉기 시작했다. 조심스러운 투자자들이 주식을 현금화하면서 은행 보유의 금·은이 동나고 지불정지 사태가 벌어졌다. 로는 결국 그해 5월 총지배인에서 사직하고 도망치고 말았다.
「미시시피의 거품」이라는 사건의 별칭은 아마 미시시피은행이 루이지애나에서 사업을 벌인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몇주일뒤 영국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벌어졌다. 남해회사가 설립돼 정부 채무를 인수하는 대신 스페인령 아메리카 식민지에 매년 4,800명의 노예공급권과 부분적인 선박교역권을 획득했다.
남해은행의 주식은 10%의 현금으로 인수할 수 있었던 만큼 요즘으로 치면 신용거래를 한 셈이다. 그러나 보잘 것 없는 남해회사의 사업과는 달리 액면가 100파운드의 주식은 그해 6월 1,050파운드로 치솟았다. 「에너지가 필요없는 동력이 개발되었다」든가 「담수로 소금을 만드는 기술이 나왔다」는 등 헛소문이 주가를 부추겼다. 당시 조지1세와 국회의원 100여명도 남해회사의 주식에 투자했다.
하지만 「남해의 거품」(SOUTH SEA BUBBLE)도 그해 9월 곧 꺼져버렸다. 영국 의회가 피해자 조사에 나섰고 남해회사 중역들의 재산이 몰수된 것은 물론이다. 당시 상업은행이었던 영란은행은 다행히 이 사건에 관여하지 않았고 2차 세계대전 후 영국 정부가 인수, 중앙은행이 됐다.
철학자 볼테르는 존 로의 신용창출을 두고 『진정한 상업의 탄생』이라고 극찬했지만 18세기초에 일어난 이 두 가지 사건의 공통점은 내재가치가 없는 기업주식이나 회사채의 폭등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 한편 영국의 사학자 브린튼은 이 두 사건을 두고 상업가의 창의성과 정치인의 우둔함이 결합된 사건으로 해석하고 있다.
최근 우리 증시에서도 상하한폭이 12%에서 15%로 는 탓인지 하루에 40포인트가 오르내리는 등락을 거듭해 투자자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하지만 1802년 이후 미국 주식시장을 보면 대략 7%가 평균 수익률이라는 통계가 나와있다. 다만 1966년부터 1981년까지 15년동안 평균 주가수익률이 마이너스 0.4%이며 1982년부터 1997년까지의 평균 수익률이 12.8%로 다소 높은 편이다.
지난 8년동안 미국은 활황과 함께 기업수익률이 높아지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주식투자 리스크가 계속 떨어지고 있는 만큼 15년간의 주가수익률이 과평가되어 있다는 주장도 없지않다. 4~5%가 적정 기대치라는 것이다.
주식의 적정 기대수익치는 영원한 숙제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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