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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지 않는 신한사태 악령] 금융사 고질적 내부다툼 왜

후계자 불분명하고 외풍에 취약… 수장 바뀔 때마다 조직 사분오열

'후계자 명확하지 않고 외부 입김에 흔들리고.'

금융사 내부 세력다툼이 끊이지 않는 것은 차기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밑그림이 명확하지 않은 데다가 외부 입김에 조직이 흔들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조직인사가 외풍을 타는 사례가 많다 보니 직원들은 센 줄을 잡는 데만 혈안이다. 내부적으로도 누구 라인이냐에 따라 인사가 좌지우지되다 보니 조직 경영권이 흔들리거나 수장 교체기에는 일대 결전이 벌어지는 것이다.

외부에서 볼 때 아직 내부갈등이 심한 것으로 비춰지는 신한금융만 해도 라응찬 전 회장이 장기 집권할 때는 이같은 문제가 전혀 없었다. 김승유 회장이 오래 있었던 하나금융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신한사태로 지주회장과 은행장, 지주사장이 정면대결을 벌이기 시작하면서 신한의 취약한 지배구조 문제가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셈이다.

이는 과거 사례에서도 증명된다. A금융지주사는 전임 회장이 이명박 정부 때 4대 천왕이라고 불릴 정도로 대내외에 힘을 과시했다. 하지만 가장 큰 계열사인 은행장 인사는 회장 마음대로 못 했다. 회장은 다른 사람을 염두에 뒀지만 결국 다른 사람이 은행장에 올랐다. 은행장이 된 사람이 스스로 정치계 등을 뛰어다닌 결과였다.

그러다 보니 갈등이 잦았다. 지주사는 은행 등 계열사 인사 및 경영에 간섭하려고 했지만 은행에서는 거부했다. 지주회장에게 빚진 게 없는 탓이다. 기본적으로 금융그룹 최고 수장이 지주회장이 계열사 대표들을 임명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B금융지주사는 회장이 갈리면서 회장 측 인사와 회장이 영입한 임원들은 모두 일자리를 잃었다. 전직 은행장을 따랐던 은행 본부 부장급 인사들은 안 좋은 지점으로 발령이 났다. 이 자리는 새 CEO 측근 인사로 채워졌다. 이처럼 누구 편에 섰느냐에 따라 이뤄지다 보니 세력다툼이 안 일어날 수가 없는 것이다. 정치권처럼 내가 권력을 잡지 못하면 내쫓길 수밖에 없는 게 금융권의 현실이다.



C은행도 사정은 비슷하다. 은행장 임기 만료를 앞두고 내부적으로도 세가 갈린다. 은행장을 지지하는 쪽도 있지만 반대로 차기 후보를 미는 이들도 있다. 자기가 줄을 선 사람이 CEO가 되면 계열사 대표와 임원 자리를 나눠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후계자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 것은 이 같은 분위기를 더 고조시킨다. 현 CEO가 물러날 경우 다음 사람이 누가 될지 정확히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여기저기서 예비 후보들이 나서는 것이다. 그 와중에 이들이 외부 유력인사에 줄을 대면서 조직이 사분오열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물론 금융지주사별로 후계자 양성프로그램은 만들어져 있다. 하지만 유명무실하다. 현 부사장과 은행 부행장, 계열사 대표들을 중심으로 차기 CEO군을 키우게 돼 있지만 대부분의 금융사에서는 형식적으로만 이뤄지고 있다. 현 회장이 있는데 차기를 논하는 것 자체가 금기시 돼 있다. D금융지주사도 전임 회장 재직시 제대로 된 후계자를 키워놓지 않아 올 들어 차기 회장을 뽑을 때 인물난을 겪기도 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CEO들이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데다 외부 입김에 조직내부 인사가 흔들리다 보니 너도나도 줄대기에만 급급하다"며 "자기들끼리 세를 형성해 누가 권력을 잡느냐에 따라 죽고사는 문제가 갈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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