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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의휴의 지혜
입력2002-05-22 00:00:00
수정
2002.05.22 00:00:00
중국 수(隋)나라 양제(煬帝)가 처음 감천궁(甘泉宮)에 행차했을 때 그 정원이 마음에 들었으나 반딧불이 없는 것이 아쉬워서 "개똥벌레를 잡아다가 연못에 띄우면 좋지 않겠느냐"고 한마디했다. 그러자 수행하던 신하들이 곧 백성들을 동원하여 수레 500대 분의 개똥벌레를 잡아 바쳤다 한다. 정관정요(貞觀政要)라는 책에 나오는 얘기다.
또 송(宋)나라 때의 구준(寇準)이란 재상은 임금의 신임이 두터워 다른 대신들이 두려워할 정도였는데 어느 날 회식 자리에서 그의 수염에 국 찌꺼기가 묻자 옆의 대신이 재빨리 그 찌꺼기를 닦아주었다. 그 이래로 '수염의 먼지를 턴다'(拂鬚塵:불수진)는 말은 권력에 아첨한다는 뜻으로 쓰이게 됐다. 두 일화가 모두 권력의 속성을 보여주는 이야기이다.
권력의 속성이 그런 만큼 권력을 쥐면 특별히 뇌물을 탐하거나 나쁜 마음을 먹지 않더라도 유혹이 따른다고 할 수 있다. 진귀한 물건을 바치고 온갖 방법으로 아첨을 하는 등 잘 보이려는 사람이 줄을 선다고 한다.
그러니 거기에 이권이 개입되면 부정과 부패로 이어지는 것은 두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래서 고금을 막론하고 그 같은 유혹을 물리치는 일이 나라를 다스리는 사람들에게 요구되는 주요 덕목이자 과제로 꼽혀 왔다.
그런 관점에서 전국시대 노(魯)나라 재상 공의휴(公儀休)의 생각과 처신은 흥미롭다. 공의휴는 생선을 몹시 좋아했다. 재상이 생선을 좋아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전국에서 생선을 바치는 사람이 많았다. 그러나 공의휴는 그렇게 들어온 생선을 받지 않고 모두 돌려보냈다. 그의 아우가 "생선을 좋아하면서 왜 그러느냐"고 까닭을 묻자 이렇게 대답했다.
"내가 생선을 좋아하기 때문에 돌려보내는 것이다. 생선을 받으면 신세를 지는 것이니 언젠가는 그를 위해 법을 굽힐 일이 있을 수 있고 그러다 보면 내가 자리에서 쫓겨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지금처럼 내 돈으로 생선을 사 먹을 수도 없게되지 않겠는가"
나라가 온통 권력 주변의 부정부패 문제로 시끄럽다. 공의휴의 소박한 지혜를 깨우치지 못한 탓이라고 할 밖에 없을 듯 하다.
신성순(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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