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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를 기회로] SK, 도전 DNA로 '기업가치 300조원' 달성한다

김창근(왼쪽 첫번째)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과 각 위원회 위원장, 각 계열사 최고경영자 등 30여명이 지난해 10월 CEO 세미나를 열고 2014년도 경영방침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제공=SK(주)

SK이노베이션 연구원이 공장에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를 활용해 새로운 플라스틱 소재를 만드는 그린폴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실험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SK그룹


김창근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은 새해 첫날 임직원들에게 '기업가치 300조원'을 그룹의 중장기 경영목표로 다시 한번 강조했다. 기업가치 300조원은 최태원 회장이 그룹의 글로벌 비전을 제시하면서 유·무형의 기업가치를 모두 더해 "중국에서 100조원, 국내에서 100조원, 기타 해외에서 100조원의 가치를 달성하자"고 말한데서 나온 것이다.

SK그룹은 지난해 수출액 76조7,322억원(상장 15개사 기준, 지주회사인 SK㈜ 제외)을 달성했다. 1953년 그룹 창립 이후 수출이 내수(71조1,732억원)를 넘어선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었다. SK는 수출기업으로 변신한 것에 안주하지 않고 올해 도전정신과 공격적 시장 공략을 통해 그룹가치 300조원을 이루기 위한 신성장동력 확보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SK가 수출기업으로 탈바꿈할 수 있었던 데는 '부진불생(不進不生·앞으로 나가지 못하면 죽는다)'이라는 도전정신이 밑바탕이 됐다. SK는 지난 2004년 이후 기업의 성장을 위해서는 글로벌 시장 공략이 필수라고 판단하고 공격 경영에 나섰다. 이후 SK는 굵직한 인수합병(M&A)과 신시장 개척에 성공하면서 수출기업 대열에 합류했다.

이런 도전 DNA와 공격적 경영 전략이 잘 나타난 분야가 반도체와 에너지 사업이다. SK는 재계 안팎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지난 2012년 하이닉스를 인수한 뒤 매년 수조원을 투자해 기술주도형 반도체 기업으로 변모시켰다. 양적 변화뿐 아니라 질적 변화도 추구했다. 낸드플래시 컨트롤러 업체인 미국 LAMD를 인수해 공정 미세화 기술수준을 높였다. 또 유럽에 반도체 연구소를 설립해 미래형 반도체 개발에도 집중했다. SK가 하이닉스를 인수한 뒤 16나노 낸드플래시와 6Gb LPDDR3, 고용량 8Gb LPDDR3, 20나노급 4Gb 그래픽 DDR3 같은 세계 최초 제품들이 쏟아져 나왔다.

SK하이닉스가 지난해 매출 14조1,650억원, 영업이익 3조3,800억원, 순이익 2조8,730억원이라는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거두면서 그룹 편입 2년 만에 핵심 계열사로 자리잡은 것은 거대한 장치산업을 인수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외부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한 그룹 수뇌부의 결단이 주효했기 때문이라는게 SK측의 설명이다.

SK하이닉스는 미래 먹거리로 시스템 반도체 사업을 고려하고 있다. 현재 SK하이닉스가 생산하는 D램이나 플래시메모리가 정보를 단순 저장하는 역할을 하는 것에 비해 시스템 반도체는 TV·휴대폰·냉장고·자동차 등의 작동에 필요한 데이터 연산 기능을 하는 담당한다. 휴대폰의 중앙처리장치(CPU) 역할을 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디지털카메라에 사용하는 이미지 센서, TV의 디스플레이 구동칩, 통신에 필요한 무선 구동칩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된다.

이같은 시스템 반도체 사업과 반도체와 통신, 시스템통합(SI) 분야를 아우르는 새로운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기 위해 SK는 지난 1월 삼성전자 최고기술운영자(CTO) 출신인 임형규 전 삼성종합기술원장을 SK수펙스추구협의회 ICT 기술 및 성장 총괄 부회장으로 영입했다. ICT 분야에서 미래 동력원을 발굴하고 비전을 설계하는 역할을 임 부회장에게 맡겨 '퀀텀점프'를 이루겠다는 생각이다. SK그룹의 ICT 기업인 SK텔레콤과 SK C&C, SK하이닉스가 시너지를 어떻게 구현하는지에 따라 향후 SK의 미래가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화학 분야에서는 석유개발(E&P)사업과 배터리·전자신소재 사업 투자를 통해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에 나선다. 특히 최근 전통적 에너지원 확보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SK는 최근 'SK E&P 아메리카'를 통해 미국의 석유 생산 광구 2곳의 지분을 인수, 운영권을 확보했다. 생산·탐사광구에 지분을 투자하는 방식으로 자원개발 사업을 해 온 SK가 생산광구를 직접 운영하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SK는 미국의 최신 석유개발 기술과 노하우를 습득해 석유개발사업 역량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K E&S는 미국 현지에서 셰일가스를 액화천연가스(LNG)로 바꿔 국내로 도입하는 셰일가스 사업을 시작했다. 셰일가스를 국내외로 운송·저장·공급하는 LNG 수직계열화가 가능해 지면서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도 가능해졌다.

이런 미래성장 전략은 SK그룹의 독특한 경영체제인 '따로 또 같이 3.0 체제'에 의해 구체화되고 있다. 따로 또 같이 3.0은 SK그룹이 각 계열사별 독립경영과 그룹 단위의 시너지 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해 도입한 고유의 경영체제다. SK는 올해를 따로 또 같이 3.0 체제가 정착할 수 있는 원년으로 삼고 각 계열사들의 역량을 강화하면서 그룹의 성장과 안정을 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각 계열사들이 스스로 성장 목표와 리스크를 관리하는 자율책임 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몇 개의 계열사가 함께 참여하는 공동 프로젝트처럼 그룹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주요 투자사업과 전략 수립에 대해서는 수펙스추구협의회와 추가로 논의하는 구조도 갖췄다.



'그린폴' 등 녹색기술 상용화 눈앞

SK그룹은 기업가치 300조원 달성이라는 경영방향을 연구개발(R&D) 강화를 통한 신기술 확보로 현실화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연구만을 위한 연구가 아닌 사업화가 가능한 연구에 집중한다. 이를 위해 SK는 사업부서 실무자들도 R&D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했다.

SK는 '녹색기술 7대 중점 R&D 및 사업화 과제'를 정하고 환경과 미래성장동력을 함께 확보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7대 과제는 무공해 석탄에너지를 비롯해 △해양 바이오 연료 △태양전지 △이산화탄소 자원화 △그린카 △수소연료전지 △첨단 그린 도시(u-Eco City) 등이다. 이 가운데 이산화탄소 자원화와 무공해 석탄에너지는 상업화를 앞두고 있다. 이산화탄소로 플라스틱 원재료를 만드는 '그린폴'은 SK가 자랑하는 기술이다. 그린폴을 원재료로 한 핸드백과 지갑 등을 제작하는데 성공했으며 상용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석탄을 청정에너지로 바꾸는 '그린콜' 기술도 SK의 대표 기술이다. 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면서 석유화학 제품과 전기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차세대 친환경 기술로 활용가치가 높아지고 있다. 전기차용 배터리도 해외 유력업체와의 기술 제휴로 사업이 탄력을 받고 있다.

지난 2011년 SK에너지는 다량의 염분이 함유된 원유에서 염분을 제거하는 유수분리(油水分離) 기술을 개발했다. 고염분 원유는 정제가 어려워 일반 원유보다 싸게 거래되지만 이런 정제 기술이 없으면 상대적으로 비싼 일반 원유를 수입해야 한다.

R&D에 대한 투자 예산도 증가세다. 2012년 6,600억원에서 지난해 7,000억원을 넘어선 뒤 올해는 7,500여억원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이만우 SK PR팀장(부사장)은 "항상 존재하는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기업의 흥망을 좌우하는 시대가 됐다"며 "SK는 도전정신과 기술력으로 위기를 극복하면서 기업가치와 국부를 키워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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