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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석음의 극치

`해가 지지않는 찬란한 제국` 영국이 바다를 통해 세계를 지배했던 시절의 이야기를 하나 소개할까 한다. 아프리카에서 출항한 영국 화물선이 영국 해협에서 조난을 당했다. 즉시 구조선이 보내졌으나 파도가 높아 조난 선박에 접근할 수가 없었다. 구조대는 하는 수 없이 구명동의와 구명정만을 던져주었고, 사력을 다해 헤엄쳐 목숨을 구한 사람도 있었지만 죽은 사람도 많았다. 왜 많은 사람들이 죽었을까? 막상 밝혀진 사실은 충격적이었다. 그 배는 아프리카로부터 많은 양의 금괴를 운반하고있었다. 사람들은 배와 함께 사라지는 금괴가 아까워 허리에 금을 가득 지닌 채로 바다로 뛰어들었고, 결국 금의 무게로 목숨을 잃었던 것이다. 사람이 온 천하를 얻고도 목숨을 잃으면 아무 유익이 없다. 무엇으로도 제 목숨을 바꿀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어리석게도 자기의 탐욕과 목숨을 바꾸려 하거나 실제로 바꾸는 경우가 있다. 보통 탐욕은 물욕(物慾)이다. 이병철씨나 정주영씨 같은 재벌의 창업주가 평생 번 돈 중 자신의 것은 얼마일까? 만약 일생동안 스스로를 위해 쓴 돈만을 자신의 것이라고 한다면 그 액수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조금의 돈을 위하여 목숨까지 거는 어리석음을 범하곤 한다. 또 하나의 욕구는 지위에 대한 야망일 것이다. 어떤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아니하며, 과정은 무시한 채 결과만을 바란다. 실패한 기관장보다는 성공한 말단직원이 훨씬 아름다운 법이다. 죽고 나서 비석에 새겨지는 관직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물론 높은 지위에 올라 국민들에게 칭송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수단방법을 가리지 아니했다면 과연 국민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까? 돈과 권력 앞에서의 당당함이야말로 공직자들이 추구해야할 가치이다. 국민으로부터 고귀한 생명과 재산을 위탁받은 공직자가 부정한 돈과 권력에 굴한다면 국민의 신의에 대한 배반일 것이다. 곡학아세(曲學阿世)하지 말고 소신을 관철해내며 필요할 때 올곧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소신과 만용을 구별하여 매사를 좌고우면(左雇右眄)하지 말고 원칙을 지키면서 신중하게 처리하는 중용지도(中庸之道)도 갖추어야 한다. 나는 쓸데없는 것, 즉 돈과 권력에 모든 것을 거는 어리석음을 범치 않도록 자신을 살피고 정진하고자 한다. 결코 말처럼 쉽지만은 않은 길이다. 그러나 어렵기에 도전해 볼 가치가 있을 것이다. 후배들에게 직위를 불문하고 사심 없이 모든 정열을 일에다 쏟은 인물로 영원히 기억되기를 바랄 뿐이다. <최낙정(해양수산부 차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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