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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약 1,150원 근방에서 움직이던 미국 달러 환율은 최근 1,020원대까지 계속 하락하고 있다. 약 10% 정도 하락했다. 언론에서는 환율하락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다각도로 분석해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환율이라는 단어도 낯선데 경제에 미치는 분석기사를 보면 일반인들의 실생활과는 너무 거리가 먼 내용처럼 보인다.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자녀를 외국에 유학 보낸 이웃사람의 입장에서는 환율이 하락하면 유학비용이 줄어들어 가계에 도움이 된다. 수업료가 1만달러인 경우 지난해 같으면 1,150만원이었던 것이 올해에는 1,020만원 정도만 송금하면 된다. 여기에 생활비 등 제비용까지 계산해보면 이 분은 환율이 세 자리로 떨어지기를 빌지도 모르겠다.
환율이란 자국통화와 외국통화와의 교환비율을 의미한다. 원래 1,150원이었던 1달러가 1,200원이 되는 것은 외국통화가 비싸지는 것이고 1,050원이 되는 것은 외국통화 가치가 감소하는 것이다. 따라서 지난해 6월 해외펀드에 가입한 사람에게는 환율하락이 즐거운 소식이 아니다. 만약 달러화로 표시된 해당 펀드 실적이 약 10% 이익이 났더라도 외국통화 가치가 10% 하락(환율 하락)했다면 원화로 환산하는 경우 이득은 거의 없다.
반대로 환율이 상승하면 유학비용은 늘고 해외펀드는 수익률이 더 높아질 것이다. 그러나 환율변동으로 비용이나 수익률이 수시로 바뀌는 것은 유학을 보낸 부모나 해외주식의 성장성을 보고 투자한 사람들의 바람은 아닐 것이다. 이러한 환율의 변동위험을 관리할 방법은 많은데 이중 하나가 한국거래소에 상장돼 있는 미국 달러 선물을 활용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미국 달러 선물 1계약(1만달러, 약 1,000만원)의 거래는 나중에 환전할 미국 달러를 지금 시점에서 사고파는 것이다. 마치 주식처럼 매매하지만 실제 환전은 나중에 이뤄진다. 지금 미국 달러 선물시장에서 형성된 선물가격으로 거래하므로 미래 환율이 어떻게 변화되든지 상관없다. 예를 들어 계획적으로 유학비용을 마련하려고 하는 사람들은 미국 달러 선물을 미리 사두면 된다. 살 때는 소정의 거래 수수료만 부담하고 환전은 나중에 이뤄진다.
미국 달러 선물은 실제 달러를 환전하는 월(결제월)을 기준으로 종목이 구분되는데 현재 5월물부터 내년 3월물까지 모두 8개 종목이 상장돼 있다. 5월에 비용지출 예정이면 5월물을 사면 되고 9월 지출이면 9월물을 사면 된다. 펀드편입 종목의 성장성이 아닌 환율에 의한 가치변동이 걱정되는 투자자는 미국 달러 선물을 미리 팔아두면 된다.
선물 등 파생상품거래는 보통 위험하다고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실수요자가 아니고 과도하게 투기거래를 하는 사람들에게만 해당된다. 실제 미국 달러를 사거나 팔 의도가 있는 실수요자는 파생상품거래를 통해 적절히 환율변동위험을 관리할 수 있다. 따라서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환율변동에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고 한국거래소 파생상품시장을 통한 위험관리로 본업에 충실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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