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코스피지수가 3개월간 이어온 박스권 하단인 1,950포인트선을 장중에 깼다. 국내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은 12월 들어 하루를 제외한 전 거래일이 하락한 원인으로 양적 완화 축소(테이퍼링) 이슈, 원화 강세, 너무 높았던 연말 연초 기대감 등을 꼽았다. 지수 하락을 이끌고 있는 외국인 매도세는 18일 예정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이후 진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외국인이 강한 매수세로 돌아설 요인도 별로 없어 지수가 연말까지는 부진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0.26%(5.02포인트) 떨어진 1,962.91포인트에 장을 마감했다. 장중 박스권 하단인 1,950포인트선 밑으로 내려앉았지만 기관이 매수로 전환하면서 낙폭을 줄였다. 테이퍼링이 연내 가동될 수 있다는 일부 주장에 12월은 하루만 제외하고 전 거래일 하락세를 보이고 있으며 외국인 순매도 강도가 강해진 최근 들어 낙폭이 커지고 있다. 외국인은 전날 6,071억원을 순매도한 데 이어 이날도 2,693억원의 매도우위를 보였으며 기관과 개인은 각각 1,868억원, 980억원을 순매수했다.
전문가들은 공통으로 지적한 증시 급락의 원인은 양적완화 축소 우려다. 변준호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장기 박스권이 장중이라도 깨진 것은 최근 미국 실업률이 떨어진데다 전날 미국의 내년 예산안이 합의되는 등 테이퍼링 시기를 앞당길 수 있는 요인들이 많이 발생해 시장에서는 멀게만 느껴졌던 테이퍼링이 이제는 코앞으로 왔다는 우려감 때문"이라며 "불량 신흥국보다는 국내 증시가 매력이 있지만 여전히 테이퍼링 이슈에서 자유로운 지역은 아니라는 게 증명된 셈"이라고 분석했다.
기업들의 이익 부진과 원화 강세, 최근 잇따른 대기업 세무조사도 증시 급락의 원인으로 꼽혔다. 홍성국 KDB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은 "4·4분기 기업들의 예상 영업이익이 지속적으로 하향조정될 것으로 보이는데다 원·달러 환율이 1,050원 수준에서 움직여 환차익을 노렸던 외국인들이 추가적으로 국내 주식시장에서 매수하기는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전했다.
국내 증시의 발목을 잡고 있는 외국인의 매도세는 다음주 FOMC 회의 이후로 잦아들 것으로 전망된다. 조용준 하나대투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번 FOMC에서 테이퍼링 시기에 대한 윤곽이 드러나더라도 테이퍼링이 시작된다는 얘기는 경기가 좋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유럽 채권 금리가 하향 안정되는 등 유럽도 경기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어 외국인의 매도세는 다음주 FOMC 이후로 마무리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환율의 영향으로 외국인의 강한 매수세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윤지호 이트레이드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선진국보다는 한국의 실적, 경기회복, 펀더멘털 수준이 떨어져 외국인이 강하게 매수할 요인이 딱히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주가가 연말이 지나고 내년 1·4분기부터는 상승해 2,200포인트까지는 가겠지만 테이퍼링이 실시된 후 고용지표와 소비지표 등의 호전이 지속되는지는 꼼꼼히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변 센터장은 "내년 경제 지표가 올해보다 좋아지는 것에 대해 누구도 이견을 달지 않겠지만 테이퍼링 이후 소비·고용 지표 등이 흔들릴 수 있어 경기지표에 대한 꾸준한 관찰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투자전략은 엇갈렸다. 홍 센터장은 "1,900포인트 초반대임을 감안해 종목 플레이보다는 상장지수펀드(ETF), 인덱스펀드를 활용한 지수형 상품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 센터장은 정보기술(IT)·자동차·은행 등 우량대형주에, 변 센터장은 내수업종과 모바일·소프트웨어 관련 신비즈니스업종에, 윤 본부장은 실적 대비 저평가 업체와 시장방어주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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