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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安風’ 사건, YS가 답할 차례
입력2004-02-08 00:00:00
수정
2004.02.08 00:00:00
박연우 기자
1995~1996년의 지방선거와 15대 총선 당시 안기부예산 1,197억원을 신한국당 선거자금으로 유용했다는 이른바 안풍사건 항소심재판에서 한나라당의 강삼재의원이 총선자금 940억원을 안기부의 김기섭 차장이 아니라 김영삼 대통령으로부터 받았다고 진술함으로써 이 사건의 진상규명이 새롭게 요구되고 있다.
강삼재 의원은 “무덤까지 비밀을 가지고 가려고 했으나 그 것은 역사에 대한 배신이라고 생각됐다”면서 이 같은 사실을 폭로했다. 1심에서 징역4년에 추징금731억원의 중형을 선고받은 강의원이지만 역사에 대한 책임감에 바탕한 증언이라는 점에서 감형만을 노리고 위증을 하고 있다고 여겨지지는 않는다.
이 재판에서 중요한 것은 돈을 누구로부터 받았느냐는 것이 아니라 그 돈이 안기부 예산이냐 아니냐는 것이다. 한나라당 인사들처럼 김영삼 대통령으로부터 받았다 해서 안기부 돈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것은 섣부른 것이다. 검찰도 이 돈이 여러가지 증거로 보아 안기부 예산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사건 당시만해도 대통령 주변에서는 이른바 통치자금이라는 것이 횡행했다. 통치자금에는 안기부 예산과 대통령이 기업들로 받은 정치자금이 포함돼 있었다. 안기부 예산은 당해 연도의 예산액 뿐만 아니라 이전 연도부터 이월된 예산불용액에 예산예치로 발생한 이자 등이 뒤섞여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삼 대통령은 취임과 함께 “기업들로부터 단 한푼의 정치자금을 받지 않겠다”고 공언했고,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을 불법정치자금수뢰혐의로 단죄했다. 그런 정황으로 미루어 김영삼 대통령이 강의원에게 주었다는 940억원 가운데 김대통령이 집권후 기업들로부터 받은 정치자금이 포함됐을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다만 대통령 주변 사람들이 대통령을 팔아 기업으로부터 받았을 정치자금과, 92년 대선잔금이 포함됐을 가능성마저 부인하기는 어렵다.
이 부분을 밝히는 것이 이 사건의 핵심이다. 이를 위해서는 김영삼 전대통령의 법정증언은 물론 그에 대한 직접적인 조사가 불가피 하다. 검찰은 증언이 엇갈리는 강의원과 김기섭씨를 조기 소환해 조사키로 했으며 이들에 대한 조사이후 김 전대통령에 대한 소환조사를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김 전대통령은 검찰조사를 기다릴 것이 없이 진실을 말할 의무가 있다.
안기부 예산의 대통령 통치자금 전용 관행은 김대중 정부 이후 많이 시정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비록 죄의식이 없이 이뤄진 관행이었다고 하나 언제든 재발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엄히 경계되고 처벌돼야 한다.
<박연우기자 ywpar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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