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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우지수 10,000시대] 2. 주식 대중주의
입력1999-03-18 00:00:00
수정
1999.03.18 00:00:00
【뉴욕=김인영 특파원】 다우존스 주가가 1초 동안 1만을 넘었을 때 기쁨의 환호를 보낸 사람들은 뉴욕 증권거래소(NYSE)의 트레이더들만이 아니다. 일반 가정의 미국인들도 다우 1만과 함께 재산이 불어나는 기쁨을 만끽했다.지난 10년간 뉴욕 증시는 미국인들에게 행복을 가져다 주었다. 다우존스 지수는 연간 20%의 증가율을 기록하며 뛰었고, 증시가 다른 어떤 투자보다 많은 수익을 남겨 주었다. 뉴욕 증시 활황은 미국인들의 재테크에 일대 변화를 일으켰다. 은행 구좌에 돈을 넣어 이자를 꼬박꼬박 받는 것보다 주식을 사는 게 가정 경제에 더 많은 재산을 불려주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가정의 전체 재산중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이 25%로 나타났다. 이는 84년 8%, 87년 10%, 91년 15%에 비하면 급속도로 불어난 것이다.
뉴욕 타임스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가정의 재산중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28%로 주택·토지 등 부동산의 27% 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90년대초 부동산 비중이 33%로 가장 많았던 것에 비하면 증시 활황은 집에 투자하는 것보다 주식에 투자하는 쪽으로 미국인들의 의식구조를 바꾸고 있다.
이런 경향은 FRB 조사에서도 나타난다. 미국인들이 지난 10년 동안 부동산에서 55%의 재산을 늘린 반면, 주식에서 381%의 재산을 늘렸다.
주식은 미국 기업의 자산을 나눈 증서다. 뉴욕 증시에서 거래되는 주식은 미국 기업의 자산이다. 지난해말 현재 미국인 가정의 전체 주식 보유액은 10조7,700억 달러로 미국의 주식총량 14조 달러의 3분의2를 넘는다. 미국 성인의 50%가 주식을 보유하고 있고, 유권자의 53%가 기업의 주인이다.
미국 기업은 증시를 통해 차별없이 다중에게 분산 소유되고, 증시를 통해 주주들의 심판을 받는다. 다우존스 지수를 구성하는 30개 블루칩의 하나인 제너럴 일렉트릭(GE)은 전문 경영인인 잭 웰치 회장에게 경영이 맡겨졌지만, 그는 연말이면 뉴욕 월가에 와 미국 전역에 분산돼 있는 주주들을 상대로 경영실적을 보고한다.
워싱턴은 미국 민주주의의 심장이지만, 뉴욕 월가는 미국 기업의 「주식 대중주의」를 실현하는 공개적인 광장이다. 워싱턴의 정치인은 여론조사의 인기도에 민감하지만, 뉴욕의 주가는 미국 기업인들의 운명을 좌우한다.
아무리 유능한 기업인이라도 수익을 내지못하면 주주들의 심판(주가)을 받아 물러나야 한다. 40%의 지분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포드 가문이 지난 10여년 동안 포드자동차의 경영권을 장악하지 못했던 것도 젊은 경영인에 대한 월가의 불신 때문이었다. 20%도 못되는 지분으로 재벌 계열사를 장악하고 있는 한국의 경영자들이 월가의 운용방식을 두려워하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80년대에 10%에 이르렀던 미국의 저축율이 지난해말 0%에 근접하고 있는 것은 주식투자의 열기 때문이다. 미국 사람들은 1929년 대공황때 은행 파산으로 재산을 날렸을 때 저축을 기피한 역사적 경험이 있으나, 지금처럼 호황기에 또다시 저축을 싫어하는 풍조가 만연하고 있다. 미국 사람들은 노후 생활 자금과 자녀 학자금을 은행 저축을 통해 준비하지 않고, 401(K)등 주식 투자상품에 투자함으로써 은행 적금보다 큰 목돈을 마련한다.
뉴욕 증시 활황은 미국 기업의 자금 운용방식을 바꿔놓고 있다. 세계은행 조사에 따르면 미국 은행들의 총대출금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50%에 불과하다. 이에 비해 일본은 150%, 독일 170%에 이른다. 미국 기업들의 자금 조달 비율중 은행차입이 20%에 불과하고, 증시와 채권시장 등 직접자금시장을 통한 비율이 80%에 이른다. 뉴욕 증시의 직접 금융시장은 은행이 기업과 유착하는 아시아식 정실자본주의(CRONYISM)를 원천 봉쇄하고 있다.
뉴욕 증시는 미국인과 기업을 연결하는 자금 창구이며, 주주와 경영을 분리하고 매개하는 장소다. 미국인들은 월가를 통해 기업의 지분을 사고, 기업은 미국인 대중으로부터 자금을 직접 구한다. 미국인들의 주식 열기와 기업들의 주식공개 전략이 맞물리면서 뉴욕 증시의 규모가 89년 GDP의 65%에서 오늘날 150%로 불어났으며, 앞으로도 이런 추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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