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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약세/업종별파장] 자동차.가전.중장비 직격탄
입력1999-02-19 00:00:00
수정
1999.02.19 00:00:00
엔화가치 하락이 자동차, 조선, 반도체 등 국내 수출 주력업종을 짝 긴장시키고 있다.무역협회 조사에 따르면 한일 양국의 수출 상위 50개 품목중 자동차, 선박, 전자, 기계, 철강, 타이어 등 24개 품목이 해외시장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들 24개 품목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우리나라가 43%, 일본 45%에 달하고 있다. 그만큼 엔화환율이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얘기다.
무역협회 신원식(申元植)상무는 『통상 원화와 엔화가치의 비율은 10대1 수준을 유지해야 일본 제품과 경합하는 국산품의 가격경쟁력을 유지시켜 주지만 국제통화기금(IMF)체제이후에는 국내 산업기반이 상당히 취약해졌다는 점과 양국의 물가차이 등을 감안할 때 원화와 엔화 가치비율이 12대1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며 『연초 원화가치 강세가 중소기업 제품의 수출 경쟁력에 타격을 줬다면 최근 엔화가치 하락은 대기업 제품의 수출 경쟁력에 타격을 입히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현대종합상사 박원진(朴源珍) 전무도 『아직까지는 엔화가치 하락의 영향이 가시화되지 않고 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국내 주력 수출품목의 대외 경쟁력에 치명타을 입힐 것』이라며 『현재와 같은 추세가 좀 더 지속된다면 자동차, 조선, 반도체 등 수출 주력품목의 일본제품에 대한 경쟁력이 상실당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이 엔화가치 하락으로 가장 우려하는 것은 대일(對日)수출에 대한 직접적인 타격이다.
원화가치는 상승추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일본 엔화 가치는 하락하고 있어 주요 수출시장인 일본에서 국산 제품의 가격경쟁력 약화가 불을 보듯 확연해지기 때문이다.
朴전무는 『일본이 저금리 정책등으로 내수경기 침체를 타개해 나갈 경우 우리나라가 일본의 경기 회복으로 최대 수혜를 입을 것이란 기대를 가졌었다』며 『하지만 최근 환율여건상 국산제품의 가격경쟁력이 상실돼 일본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수혜를 얻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자동차=한국과 일본이 가장 치열하게 경합하는 부문이 바로 자동차다.
한국산 자동차가 저소득층을 주요 공략대상으로 삼고있다면 일본산 자동차는 중하위 계층을 잡고있다. 특히 이들 시장에서는 가격이 가장 큰 경쟁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유럽시장 등에서 치열한 시장쟁탈전을 벌이고 있는 1,500CC급의 경우 양국 제품의 가격차이가 10%수준에 불과해 엔화가치 하락이 결정적인 타격을 입힐 것으로 우려된다.
또 일본업계의 경우 이미 지난 97년이후 생산능력을 감축하고 자동화라인을 도입하는 등 원가 절감의 기반을 갖춰 놓고있어 환율변화와 무관하게 가격공세를 펼칠 여력을 비축해 놓고 있다.
◇컬러TV, 반도체 등 전자제품=전세계 주요시장에서 일본제품과 치열하게 경합하고 있는 컬러TV, VCR 등의 수출도 엔화가치 하락의 직격탄을 맞을 수 밖에 없다. 지난해말까지의 환율 수준으로는 국산가전품의 가격이 품목별로 일제가전품의 75~95%수준에 달하고 있으나 최근의 엔화가치 하락으로 가격 차이가 크게 줄어들고 있다.
특히 유럽지역에 수출되는 컬러TV의 경우 이 같은 추세가 좀더 이어진다면 일제와 가격 격차가 사실상 사라져 수출에 커다란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된다.
VCR의 경우 일본 뿐 아니라 최근 덤핑공세를 펼치는 대만, 중국과도 경합중이어서 엔화가치 하락으로 인해 복합적인 위기에 직면할 것으로 우려된다.
반도체는 대부분이 고정거래선을 확보하고 있으며 수출대금 결제를 달러베이스로 하기 때문에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오히려 조립공정부문에서 일본으로부터의 원부자재 수입이 많아 엔저로 인한 긍정적인 측면도 기대하고 있다.
◇석유화학=석유화학제품은 일본과 우리나라의 수출주력품목이 직접적으로 겹치는 경우가 많지 않아 큰 타격은 예상되지 않는다.
SK㈜ 관계자는 『일본과 경쟁하는 품목이 없어 타격은 없을 것』이라며 『다만 업계 전체적으로는 가격경쟁력 하락으로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조선 및 중공업=단기적으로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조선 수주가 보통 1.5~2년 단위로 이루어져 예상환율을 기준으로 수주가 이어지고 있어 1년 이상 환율이 지속적으로 변동하지 않을 경우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
반면 공작기계, 굴삭기를 비롯한 건설중장비 등은 올해 수출목표 달성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중공업·기계업체들이 당장은 특별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겠지만 엔저추세가 2개월이상 계속될 경우 가격 인하공세에 나설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엔화환율이 달러당 130엔 수준으로 떨어질 경우 올해 중공업·기계 수출은 10~15% 정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섬유= 엔화가치 하락이 국내 섬유업계의 수출에는 커다란 영향을 끼치지 않고 있다. 일본은 고가·고부가가치 제품을 주로 수출하는 반면 한국은 중저가 제품을 집중적으로 판매하고 있어 수출시장에서 실질적인 경합이 벌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타깃 시장이 다른 셈이다.
하지만 대일(對日) 수출 의존도가 높은 업체는 가격 경쟁력 약화로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일본 바이어의 단가인하 요구와 가격의 상승에 따른 주문 감소로 수출이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섬유업계 관계자는 『엔화 약세가 당장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이같은 추세가 장기화될 경우 일본시장에 의존하고 있는 업체들은 원화강세와 엔화약세라는 이중의 고리에 걸리고 위안화 절하도 부추겨 섬유경기를 더욱 악화시킬 공산은 크다』고 전망했다.【산업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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