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바이오벤처 1호인 유전자기술 전문기업 바이오니아의 이그린씨. 입사 4년 차인 그는 한국에서는 사원이지만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는 연락사무소장이다. 해외영업 중 유럽 파트를 담당했던 이 소장은 지난해부터 준비를 시작해 지난 4월 중소기업진흥공단의 프랑크푸르트 수출인큐베이터에 입주했다.
그는 "정해진 업무와 프로젝트를 따라가는 대기업의 삶보다 강소기업에서 자유롭고 창의적인 영업을 해보고 싶었다"며 "막막한 점도 있긴 하지만 제 나이와 경력에서 할 수 있는 최고의 경험이라고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이 소장은 대리점 발굴과 시장 개척을 통해 유럽시장 판로를 다양화하겠다는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나아가 마케팅 활동을 주로 하는 연락사무소에서 지사, 법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기여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현지에 나와 있는 이점을 살려 한번이라도 고객사를 더 만나 다양한 정보를 얻을 생각이다.
유럽의 경제대국 독일은 400만개의 중소기업(미텔슈탄트)이 탄탄히 받쳐준 덕에 글로벌 금융위기의 파고를 무난히 넘어섰다. 기술력을 앞세운 이들 기업들은 전체 고용의 70%를 담당한다. 특히 해당 분야 세계시장 점유율 1~3위인 1,500여개의 히든챔피언은 독일 경제의 핵심동력이다.
한국 중소기업들은 좁은 내수시장 탓에 고전하기 십상이다. 이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해외에 진출, 글로벌 시장을 개척하며 탄탄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성장한 우량 중기에는 대기업 직원 못지않은 국제감각과 외국어·업무능력을 갖춘 글로벌 인재들이 포진해 있다.
특히 이 소장처럼 중견·중소기업에서 입사 초년병 시절부터 '올라운드 플레이어'로 뛰면서 빠르게 글로벌 인재로 성장하는 기회를 얻는 직원들이 적지 않다. 대기업에 비해 유연성이 높은 강소기업의 특성이 한껏 발휘되는 것. 이는 기업의 글로벌 능력을 크게 키우고, 다시 직원들의 업무 능력이 더욱 배가되면서 기업과 직원들이 함께 글로벌 첨병으로 발전하는 선순환을 이루게 된다.
혈당측정기 제조업체 아이센스는 미국, 유럽, 중국 등에 수출하며 전체 매출 중 해외사업이 80%를 차지한다. 전준혁 과장은 지난 2011년부터 독일 연락사무소장을 맡고 있다. 많은 기업들이 3년 내외로 해외 근무 기간을 정해두지만 전 과장은 성공적인 퍼포먼스를 내며 최소 2년은 더 이곳에서 일하게 됐다. 처음 왔을 때보다 유럽 매출이 5배 가량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는 "제 차례여서가 아니라 이 시장을 제일 잘 알고 있어서 처음에 나올 수 있게 됐다"면서 "마케팅과 영업관리 외에 본사에 있다면 하지 않을 회계, 세무까지 전천후로 뛰어야 하지만 액티브한 생활은 만족스럽다"고 미소를 지었다.
봉합원사와 의료용 소재를 생산하는 메타바이오메드에서 미주지역을 담당하는 봉합원사 해외영업팀의 박경남 과장은 최근 2주간 미국과 멕시코를 방문해 기존 고객 및 신규 바이어와 미팅을 하고 돌아왔다. 그는 1년에 5~6회 정도 해외 출장 길에 오른다. 박 과장은 "의사결정 권한이 많이 주어지고 의사결정 속도도 빨라 효율적으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며 "파는 우리의 입장보다 고객에 대한 마인드를 항상 가지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의 이상억 해외영업팀장도 "해외 매출이 많아서 담당자마다 직접 책임과 결정권을 갖고 활동하는 팀장 역할을 하고 있다"며 "다른 문화, 생소한 환경, 언어 문제 등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도전의식을 갖춘 직원들이 주로 기회를 잡는다"고 밝혔다.
이처럼 글로벌 강소기업은 기업의 성장과 함께 젊은 인재에게는 기회의 터전이 된다. 도전정신을 가진 직원이라면 능력에 따라 보다 많은 기회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우수 인재가 몰려오는 명품기업을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해외로 적극 나가 '우물안 개구리'를 탈피하고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 설립 초기부터 무대를 해외 전체로 여기고 해외 전시회에 자주 참가할 것을 권하고 있다.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 부원장은 "국내 시장을 보고 개발, 생산, 마케팅을 하지 말고 시작할 때부터 몇십배 큰 해외시장을 겨냥해야 생각이 넓어지고 품질도 강화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유연성과 속도라는 중견ㆍ중소기업의 강점을 최대한 활용하는 동시에 고객 가치를 극대화시킨다는 마인드를 갖고 직원들의 창의성을 한껏 발휘하도록 해야 명품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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