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85는 우변 흑의 사활 때문에 이렇게 둘 수밖에 없다. 86으로 뚫리는 것이 뼈아프지만 흑85를 게을리 했다가는 우변의 흑대마가 죽게 되어 있다. 백88은 아마추어들이 음미할 만한 수. 하변의 흑진이 커보인다고 가에 삭감을 서두르고 싶은 것이 아마추어의 제일감이지만 그것은 흑에게 91의 역습을 허용하여 국면이 복잡하게 된다. 흑93은 인내의 한 수. 기세상으로는 당연히 94의 자리에 젖히고 싶지만 위빈은 냉정하게 참고 있다. 참고도의 흑1이면 백10까지의 진행이 예상되는데 실전보다 흑진이 다소 확장된 것은 사실이지만 백진도 상대적으로 크게 불어난다. 위빈은 자기의 집이 좀 줄어들어라도 백진이 굳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참은 것이다. “바로 이런 점이 절정 고수의 특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은 기세라는 단어를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요. 기분에 치우치지 않고 자신을 통제합니다.” 영훈이 이 바둑을 해설하면서 한 말이었다. 위빈의 인내는 종반에 가서 그 진가를 발휘하게 된다. /노승일ㆍ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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