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를 알 수 없는 루머를 믿고 투자했다 피해를 보는 사례가 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상장사들이 저조한 실적을 보이고 지수도 지지부진하면서 이렇다 할 시장 관련 모멘텀이 부족한 상황이다 보니 근거를 알 수 없는 허무맹랑한 루머가 개인투자자의 심리를 뒤흔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갤럭시아컴즈는 비트코인 사업에 진출한다는 루머가 돌면서 5거래일 연속 급등했지만 회사 측이 관련 사업에 진출할 계획이 없다고 밝히자 3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실제 지난 5일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았던 이 회사 주가는 하루 뒤인 6일 하한가로 폭락했다. 이날도 전날보다 3.78% 떨어지며 하락세를 이어갔다.
젬백스는 4년 연속 영업적자로 관리종목에 지정될 것이라는 루머가 돌면서 주가가 곤두박질치고 있다. 김상재 대표가 직접 나서 강력히 부인했지만 주가 하락세를 막기는 역부족이다.
이날도 이 회사 주가는 전날보다 6.36% 떨어지며 지난 9거래일 동안 하루를 제외하고 모두 주가가 하락했다.
현대상선 역시 부산항만 매각 추진설이 돌면서 주가가 반짝 상승했지만 회사 측의 부인 공시에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날 역시 전날보다 4.22% 떨어졌다.
동양시멘트는 동양 기업어음(CP), 회사채 피해자모임 카페에서 근거 없는 감자설이 유포돼 10월22일부터 7거래일 연속 큰 폭으로 조정을 받기도 했다. 동양 피해자들은 회생계획안도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루머만 믿고 이달 초 산업은행 앞에서 집회를 벌이기도 했다.
최근 증시를 뒤흔드는 각종 루머의 근원지는 증권가에서 자주 사용하는 메신저, 인터넷카페 및 커뮤니티를 통해 유통되는 경우가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이에 따라 처음에 루머를 만들어낸 사람을 골라내기 어렵고 유통경로를 차단하기도 어렵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주식시장의 흐름을 이끄는 트렌드가 약해지면 어김없이 근거 없는 루머가 판을 친다는 것이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금융투자업계가 자주 사용하는 인터넷 메신저를 통해 근거 없는 루머가 유포되고 다시 인터넷 주식 투자 카페나 커뮤니티로 옮겨가면서 확대 재생산되는 과정을 거친다"며 "메신저를 통해 루머가 움직이는 이유는 흔적도 남지 않고 불특정 다수에게 유포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근거 없는 소문과 신빙성 있는 스토리를 구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펀드매니저는 "펀드매니저들과 애널리스트들 사이에 근거 없이 퍼지는 루머와 신빙성 있는 업체 스토리가 혼합돼 유통되기 때문에 매니저들도 신중하게 이를 골라내는 작업을 거친다"면서 "개인투자자도 이러한 루머에 속지 않으려면 어떤 소식이든 진위에 주목하기보다 회사의 재무제표, 산업현황, 업체 간 경쟁 구도 등 주변 정황을 파악해 퍼지고 있는 내용이 신빙성 있는 것인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개인투자자들이 루머를 접했을 때는 이미 주가가 고점인 경우가 많아 가급적 루머를 멀리하라고 조언한다. 이승범 한국거래소 시장감시본부 팀장은 "최근 급등과 급락을 반복한 비트코인 관련주를 살펴보면 이유가 비상식적인 것들이 많다"며 "운이 좋아 낮은 가격에 주식을 샀다고 해도 막상 주가가 오른 뒤 팔 수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루머 자체에 아예 신경 쓰지 않고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이어 "루머가 도는 종목에 대해 투자한다면 최소한 금융감독원 홈페이지에서 공시 내용을 살펴보고 해당 회사의 주식담당자에게 사실 여부 정도는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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