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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병은행 출범 6개월] 1. 어디까지 왔나

「과거형이 아닌 진행형」. 금융구조조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일어난 초유의 은행간 짝짓기 바람. 이 와중에 합병은행들이 출범한지 6개월이 지났다. 금융기관의 대형화를 이룬 은행간 합병은 국내 은행의 선진화를 선도했다는 긍정적 평가에도 불구, 아직 「미숙아 단계」라는 평가도 만만찮다. 또 합병과정에서 불거진 조직원간 파벌주의와 일부 합병 대상은행들의 집단이탈 등 부작용도 적지않았다. 은행간 합병작업이 진행형 상태에 있으며, 완전한 성공궤도에 올라서기 위해서는 최소 1년이상은 소요될 것이라는 전망은 합병은행이 처한 현실에 바탕을 둔 것이다.◇마무리단계에 이른 물리적결합= 합병은행으로 출범한지 6개월. 합병은행들은 이제 외형적 측면에서는 어느 정도 결합의 가닥을 잡아나가고 있다. 합병후 몇달이 지나도록 통합이 되지 않았던 노조도 하나은행을 필두로 「한가족만들기」에 성공했다. 합병 대상은행들의 조직원간 파열음도 진정되는 기미다. 합병초 수신이탈에 고심하던 일부 은행들은 이제 흩어진 조직을 정비, 안정돼가는 모습이 완연하다. 「화학적 결합작업」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신호다. 그렇다고 성공적 모습만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국민은행은 아직도 조직원 이탈이 지속되고 있다. 옛 장기신용은행 출신중 일부는 합병 국민은행에 대한 애착을 갖지 못한채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나서고 있다. 합병의 필수적 요소인 전산작업도 마찬가지. 「국가 프로젝트」라는 한빛은행은 가을께나 전산통합이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한다. 조직원들의 신선한 아이디어가 전산문제때문에 사장되는 경우도 생긴다. 이같은 문제점들은 최근 「서울경제신문」이 금융전문가 1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그대로 반영됐다. 전문가중 63%가 국내 합병은행들의 시너지효과를 묻는 질문에 부정적인 판단을 내렸다. 「부정적 판단」의 주요 원인은 현재 합병은행들이 안고 있는 문제점과 일치했다. 『짝짓기 작업이 본격적인 실효점에 다다르기 위해서는 최소 연말까지는 가야할 것같다』(합병은행의 한 임원)는 설명도 이같은 상황분석에 근거한다. ◇내실키우기 작업 본격화= 금융구조조정의 성패는 사실 합병은행들이 얼마만큼 이른 시일내 선진수준의 은행으로 도약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이점에서 합병은행들이 「선진국형 금융기관」으로 나서기 위해 가장 관심을 기울이는 부분이 바로 외국 금융기관과의 제휴와 이를통한 자본확충이다. 국민은행은 이미 1단계 작업을 마무리 지은 경우. 골드만삭스로부터 5억달러라는 대규모 자본을 끌어들였다. 한빛은행도 늦어도 하반기안에 10억달러의 외자를 끌어들인다는 계획아래 7월부터는 로드쇼 등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간다. 하나은행도 마찬가지. 미국·유럽계 은행중 한곳과 가급적 이른 시일내 자본제휴 협상을 마무리짓는다는 방침. 하나은행은 외자유입을 단순히 자본끌어들기 차원이 아닌, 외국 금융기관의 금융기법을 최대한 배우는 기회로 삼겠다는 복안이다. 합병은행들이 자본제휴와 함께 역점을 두고 있는 부분이 「건전성」과 「효율성」의 극대화다. 이는 물론 구조조정 작업을 거친 은행권 전체의 핵심과제이기도 하다. 그러나 정부 당국은 합병은행들이 전체 금융권의 「벤치마킹」이 되어 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이른바 「리딩뱅크(선도은행)」가 돼달라는 주문이다. ◇은행간 합병, 「2라운드」가 기다리고 있다= 「진행형」으로서의 합병작업은 은행권 전체의 시나리오 속에서도 드러난다. 은행권에는 요즘 「2차 합병설」이 공공연하게 나돈다. 물론 아직까지는 말그대로 「설(設)」에 불과하다. 그러나 2차 합병에 대해 「근거없는」 것으로 치부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이는 서울경제신문의 설문조사에서도 이미 드러난 바다. 조사결과 전문가들은 2차 합병의 최적시점으로 2000년에서 2001년 사이를 꼽았다. 구조조정이 마무리되고 각 은행의 특징이 구체화되는데 2~3년이 필요하며, 이후 진정한 선도은행의 출현을 위해 가장 좋은 시기가 2000년초라는 것. 외국은행의 본격적인 시장잠식이 이때쯤 시작될 것이고, 이에대한 대비차원에서 합병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도 다수를 차지했다. 이같은 상황인식은 은행권 내부에서도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다. 외환은행은 지난해말 작성한 내부 보고서에서 2002년께 합병을 추진하는 것을 공식화한 상태. 소매금융에 강점을 지니고 있는 국민은행이 1차 후보다. 주택 등 여타 은행도 장기적 측면에서 합병가능성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분위기다. 설문조사에서는 국민-주택은행간 합병이 가장 이상적 조합으로 꼽혔다. ◇합병성패 판단도 아직은 이른 상태=결국 금융 구조조정의 하이라이트로 평가받았던 은행간 합병은 기존 합병은행들의 「화학적 매듭」, 그리고 「규모의 경제」를 향한 은행권의 「2차 합병작업」 속에서 적어도 2000년초까지는 진행형으로 남을 공산이 크다. 합병작업에 대해 성공여부는 판단하는 것도 그때까지는 「미완성」으로 남을 것이다. /김영기 기자 YG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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