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게임 시장에서 2년 이상 30%대의 점유율로 129주 째 1위를 기록한 게임이 있다. 중국의 텐센트가 대주주로 있는 라이엇게임즈가 개발한 온라인 게임 '리그오브레전드(LOL·롤)'가 그 주인공이다. '롤'의 독식은 한국의 온라인 게임 생태계 마저 무너뜨리고 있다.
15일 게임 업계 고위 관계자는 "'롤'이 청소년들의 인기를 바탕으로 수 년 째 국내 온라인 게임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며 "'롤'의 영향으로 국내 게임 업계의 '룰'이 급격하게 재편되는 중"이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시장조사업체 게임트릭스에 따르면 '롤'은 15일 현재 주간 단위로 129주 간 온라인게임 점유율 1위를 기록 중이다. 또 24개월 동안 예외 없이 점유율 30% 이상을 유지하는 대기록을 수립해 나가고 있다.
이 같은 독식은 국내 온라인 게임 시장 축소로 이어지고 있다. 당장 30%의 점유율을 '롤'이 가져가다 보니 국내 게임 업계가 나머지 70%를 놓고 싸워야 하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롤'에 대응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주요 게임사들이 앞다퉈 온라인을 피해 절대 강자가 없는 모바일 게임으로 눈을 돌리면서 이 분야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 지고 있다. 또 '롤'이 청소년들이 많이 이용하다 보니 아예 경쟁하지 않기 위해 성인게임을 만들고 있다. 청소년층에서는 '롤'을 이길 수 없으니 아예 타킷 자체를 다르게 정하는 셈이다.
신작 게임 출시도 큰 폭으로 줄었다.
게임물등급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게임 등급분류 신청 건수는 522건을 기록했다. 이는 2013년 992건에 비해 크게 줄어든 규모다. '롤'이 점령한 2013~2014년 동안 국내 신작은 거의 반 토막이 난 셈이다. '롤'이 막 출시되던 2009년엔 1,599건이었다.
이렇다 보니 다음카카오 자회사 다음게임이 최근 출시한 '검은사막'도 힘을 못 쓰고 있다. 4년 간의 개발을 거쳐 지난 달 출시된 검은사막은 3%대 점유율을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12세 이용가인 '롤'과의 경쟁을 피하려고 성인등급 게임이 증가하는 등 영향이 크다"며 "이미 역할수행게임(RPG) 같은 장르는 10대에 점점 인기가 감소해 리니지, 아이온 등 인기게임도 타격을 입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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