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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수출빼곤 총체적 부진
입력2004-02-05 00:00:00
수정
2004.02.05 00:00:00
권홍우 기자
한국경제가 수출을 제외하고는 총체적 부진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
잘 나가는 수출도 안심할 수 없는 지경이다. 우선 수출 호조의 파급효과가 전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수출호조→고용증가→소비진작→내수활성화로 이어지는 통상적인 흐름이 고용단계에서부터 막혀 버린 형국이다. 더욱이 투자도 부진해 회사채시장이 꽁꽁 얼어붙는 등 금융시장 전체의 자금흐름도 왜곡되고 있다. 여기에 수입원자재 가격이 크게 상승해 교역조건 악화도 우려되고 있다. 외형으로는 수출이 늘지만 수익성은 나빠질 수 있다는 얘기다.
◇수출, 기록적으로 늘지만=지난 1월의 수출액은 190억7,000만달러. 전년동월 대비 33.2%나 증가했다. 지난해 태풍 매미로 연기된 선박 수출이 포함됐지만 설연휴로 적지않은 생산차질이 있었음을 감안하면 기록적인 증가에 해당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5일 발표한 `1월 경제동향`에서 미국과 유럽 등의 경기회복에 미뤄 수출전망이 `낙관적`이라고 진단했다. 상품수지와 소득수지 흑자로 월간 20억~30억달러의 흑자가 지속된다는 것이다.
◇고용으로는 연결 안되고=그러나 수출호조와 산업생산 증가라는 훈풍은 그 자체에서만 그치고 있다. 노동시장으로 확산되지도, 소비자와 중소기업의 체감경기 개선으로도 나타나지 않는 상태다. 수출이라는 아랫목이 데워지면 고용과 내수라는 웃목까지 온기가 확산되는 파급효과가 단절됐다는 얘기다. 논란을 빚고 있는 `고용 없는 성장`이 현실화하고 있음을 확인시켜준 셈이다.
◇교역조건도 날로 악화=문제는 수출기업이라고 마냥 안심할 수 없다는 점이다. 교역조건이 날로 악화되기 때문이다. 교역조건이란 수출 1단위로 구입할 수 있는 수입단위를 뜻한다. 지난해 11월의 교역조건은 89.5. 전월의 91.1보다 나빠졌다.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세를 감안할 때 교역조건을 더 악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교역조건이 악화하면 수출상품 가격이 상대적으로 내려가 수출물량이 늘어날 수 있지만 이는 단기적인 현상일 뿐 악화가 장기화, 구조화할 경우 수익성 악화로 연결되기 십상이다. 수출이 늘지만 기업의 속은 멍드는 사태가 우려된다.
◇금융시장 자금공급까지 감소=금융시장도 혼란스럽다. 한국은행이 5일 발표한 `1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카드채 등 회사채 순상환액은 1조5,760억원. 지난해 12월 801억원의 20배 수준이다. 2002년 12월의 1조7,000억원 이후 13개월 만에 최대 규모. 기업의 투자부진과 자금수요 격감으로 발행 물량은 급감한 반면 상환은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채 시장 냉각에 따라 은행의 금전신탁과 투신사 채권형 상품의 수신도 급감하고 금융시장의 총유동성(M3) 증가율도 4% 후반으로 내려 앉은 것으로 추정된다. 4.7%를 기록한 지난 2000년2월 이후 4년만에 최저수준에 해당된다. 총유동성 증가율이 감소한다는 것은 자금 흐름이 원활하지 못하다는 얘기다. 최공필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회사채를 발행할 기업도, 사려는 기관도 없어 이런 현상이 발생했다”며 “수급 양쪽의 문제가 동시에 드러난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실물경기 위축과 금융경색이 한꺼번에 발생해 종국에는 위기로 연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권홍우기자 hongw@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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