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엔 환율이 5년3개월 만에 '1,000원 벽'이 무너졌다. 엔화 값 속락에 올해 연간 대일 수출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두자릿수 감소율을 기록할 것으로 잠정 파악됐다. 올해 마지막 거래일인 30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원50전 오른 1,055원40전으로 마감했다. 2013년 연간으로 원·달러 환율은 전년 대비 15원20전 떨어지면서 연간 1.4% 하락률을 기록했다. 원·엔 환율이 세자릿수 진입을 눈앞에 두면서 수출전선에는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대일 수출은 11월까지 평균 -10.5%를 기록했으며 이달 실적을 포함해도 두자릿수 감소가 확실시된다. 대일 수출이 이처럼 크게 줄어든 것은 금융위기를 겪은 2009년(-22%) 이후 처음이다. 손은정 우리선물 연구원은 "엔·달러 추가 상승에 따라 원·엔 환율 하락은 불가피해 보인다"며 "원·달러 환율 역시 엔저에 따른 당국 개입에 대한 경계가 없으면 좀 더 하락시도 쪽에 우호적인 상황이라 당국 경계에 따라 속도조절이 되면서 하락하는 흐름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당장 엔저의 직접적 타격을 받는 대일 수출의 경우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최초로 두자릿수 감소세를 기록할 것이 확실시된다. 이와 더불어 자동차·철강·섬유 등 세계 시장에서 일본과 경합하는 우리 제품들은 물론 그동안 엔저의 타격이 미미했던 메모리 반도체 등 부품·소재 기업들로도 위기감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당국도 원·엔 환율의 하락 추세를 예의 주시하고는 있지만 현재로서는 중소 수출기업 지원 등 미시적 방법 외에는 특별한 대응책을 마련하기 힘들어 고심하고 있다.
◇엔저 여파… 대일 수출 두자릿수 급감=올해 우리는 세계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3년 연속 무역 1조달러 달성과 사상 최대 수출 실적을 이뤄냈지만 유독 대일 수출 분야에서는 뒷걸음질을 계속하고 있다. 대일 교역에서는 엔화 결제 비중이 절반가량을 차지하는데 엔저로 우리 수출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이 눈에 띄게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30일 산업부에 따르면 올해 대일 수출은 11월까지 평균 -10.5%를 보이고 있다. 월별로 보면 벌써 10개월째 마이너스 행진이다.
이에 따라 올해 대일 수출의 경우 금융위기를 겪은 2009년 이후 최초로 두자릿수 감소세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부의 한 관계자는 "12월에도 대일 수출 증감률이 -10% 이상이 될 것으로 보여 올해 전체적으로 두자릿수 감소세가 거의 확실해 보인다"고 밝혔다.
대일 수출은 우리의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크지 않지만 우리 농수산식품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는 점에 비춰볼 때 중소 식품 기업들의 피해가 크게 우려되는 상황이다.
◇반도체 등 부품·소재 포함 산업계 전반으로 위기감 퍼져=올해 엔저의 영향으로 자동차·철강·섬유·가전 등 일본과 경합하는 우리 주력업종들의 가격 경쟁력이 다소 떨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엔저의 효과는 미미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우리 대기업들이 대부분 환율을 관리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던데다 엔저의 영향에도 불구하고 일본 수출 기업들의 실적이 눈에 띄게 개선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엔저가 추세적으로 이어질 경우 내년에는 일본 기업들의 수출 실적이 급속하게 치고 올라오는 J커브 효과가 생길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서동혁 산업연구원 성장동력실장은 "엔저 효과를 과소평가하던 올해 중반부와는 상황이 확실히 달라진 것이 사실"이라며 "자동차·철강·섬유·가전 등 기존에 일본과 경합하던 제품들뿐만 아니라 메모리 반도체나 낸드플래시 반도체 등 부품·소재 분야로까지 엔저의 영향이 확대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삼성전자에 이어 세계 2위인 일본 도시바의 경우 최근 신규 공장을 증설하는 등 공격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 실장은 "기술적인 부분에서는 원래 강점을 가지고 있던 일본 기업들이 내년에는 전열을 가다듬으며 더욱 공격적으로 치고 나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고심에 빠진 당국…환율 추이 거스를 대안은 없다=당국도 원·엔 환율 흐름을 포함해 산업계 전반에서 엔저의 여파를 모니터링하고 있지만 뾰족한 대안은 없는 상황이다.
기획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당분간은 엔화 약세를 (변수가 아닌) 하나의 상수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이라면 어느 정도 변동 속도 조절이라도 할 수 있겠지만 원·엔 환율 문제의 경우 그마저도 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현재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은 엔저를 무기로 이웃 국가들의 경제를 위협하는 아베노믹스를 외교적으로 압박하고 역내 신흥국 등을 중심으로 일본을 고립시키는 정도다. 정부는 이와 함께 내년 초 무역투자진흥회의를 통해 수출 기업들에 대한 추가 금융지원 대책을 내놓는 등 미시적인 보완책을 총가동할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수출입은행이나 무역보험공사를 통한 수출금융을 늘리고 중소기업들이 가장 어려움을 겪고 있는 환율 관리 부문을 도와주는 것이 현재로서는 최선의 방법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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