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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진의 할리우드 21] 아카데미시상식 과연 '세계화'
입력2001-04-02 00:00:00
수정
2001.04.02 00:00:00
[박홍진의 할리우드 21]아카데미시상식 과연 '세계화'
예년보다 30분 짧은 3시간 반만에 끝났는데도 역시 지루하구 볼품없었던 제73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특징을 한가지로 집약한다면 그것은 국제화일 것이다.
남우주연상을 받은 러셀 크로는 호주배우이고 홍콩사람들인 피터 파우와 탄 둔은 각기 '와호장룡'의 촬영과 음악으로 상을 받았다.
또 특별상으로 제작자에게 주는 어빙 탈버그상은 이탈리아사람인 디노 데 로렌티스('길''한니발')가 받았으며 또 다른 특별상을 받은 원로 촬영감독 잭 카디프('흑수선''분홍신')는 영국사람이다.
감독상과 남우조연상등 4개의 상을 받은 마약 스릴러 '트래픽'의 많은 대사가 스페인어라는 것을 감안하면 이 영화도 국제적 작품인 셈. 그리고 작품상을 받은 '글래디에이터'도 리들리 스콧 감독을 비롯해 여러 배우들과 제작진이 영국 등 전세계 사람들이어서 이것도 순수 미국영화라고 보기가 힘들다. 바야흐로 영화산업은 다국적화하고 있다.
이런 국제화 속에서 이번에 가장 큰 영광을 차지한 나라는 중국일 것이다. 대만감독에 홍콩배우와 제작진 그리고 중국 본토에서 찍은 '와호장룡'은 외국어영화상등 모두 4개 부문에서 수상, 중국의 위상을 높여 주었다. 촬영상을 받은 피터 파우는 소감에서 "이 상은 나와 홍콩 시민 그리고 전세계 중국사람들에게 지극한 영광"이라고 감격해 했다.
20개 연기 부문 후보와 다른 부문에서 흔적을 찾아보기 힘들었던 흑인 영화인들을 생각할 때 '와호장룡'의 영광은 단순히 중국의 것만이 아니라 아시안 전체의 영광이라 해도 좋겠다. 이 영화는 할리우드 사상 몇 개의 신기록을 냈다.
외국어영화로는 오스카사상 최초로 10개 부문에서 후보에 올랐고 자막있는 영화로서는 흥행사상 최고인 1억달러를 돌파했으며(현재도 상영중) 리안 감독은 외국어영화감독으로는 미감독 노조상 최초로 최우수감독으로 선정됐다.
그런데 오스카시상식 다음날 조선일보의 '만물상'칼럼을 읽어보니 '미국의 자존심?'이라는 제하에 작품상이 '와호장룡'이 아닌 '글래디에이터'에게 돌아간 것을 놓고 그것이 '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식의 행위라고 아카데미를 비판하고 있다.
칼럼은 타임과 USA투데이가 '와호장룡'을 지난해 최우수작으로 뽑았는데도 미국심사위원들(오스카회원을 뜻하는 듯)은 자국의 '글래디에이터'에 표를 던졌다고 말했다.
'와호장룡'은 필자가 속한 LA영화비평가협회에 의해서도 작년의 베스트로 뽑혔지만 비평가들과 오스카회원들이 작품을 보는 눈에는 현격한 차이가 있다.
칼럼은 '와호장룡'을 "액션과 철학의 균형을 유지해 놀라운 완성도를 이뤄냈다는 평이다"라며 극구 칭찬했으나 이 영화의 작품성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서울필자는 "그런데도 '글래디에이터'의 손을 들어준 미국인의 자존심은 지켜진 것인가, 구겨진 것인가"라며 글을 맺었다.
그러나 '글래디에이터'의 승리는 미국인과의 자존심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일이다. 몇 년전만해도 영국영화와 배우들이 오스카상을 휩쓸었던 것이 기억 나는가. 자존심 운운하는 것은 국수주의적 사고방식이다.
쿵후영화인 '와호장룡'이 상을 4개나 받은 것이야말로 ('글래디에이터'는 5개) 오스카회원들의 공정성을 나타내는 것으로 우리는 아시아 영화의 오스카 최초 쾌거를 경사로 여겨야 할 것이다.
/한국일보 LA미주본사편집위원ㆍLA영화비평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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