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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가파른 하락… 물가불안 덜었다
입력2002-06-05 00:00:00
수정
2002.06.05 00:00:00
■ 한은 콜금리 동결물가불안 갈수록 커져… 이르면 내달 추가인상
한국은행이 6월 콜금리를 동결한 데는 최근의 환율 하락이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했다. 최근의 환율 하락은 물가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는 한은의 부담을 크게 덜어주고 있다.
금융통화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지난 5월 한달간만 해도 환율 절상폭이 5.5%에 달해 환율 하락이 물가불안 부담을 해소하는 데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유가를 비롯한 주요 원자재 가격이 아직 불안한 상황에서 원화환율 하락은 한은의 통화금융정책 운용에 원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특히 한은은 최근의 원화환율 하락을 불가피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박승 한은 총재는 이날 "최근의 달러화 약세는 미국경제의 유례없는 장기 호황이 끝나는 대신 침체의 늪을 헤매던 다른 지역의 경제가 되살아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세계경제 전체로는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 시장개입은 최대한 자제
원화환율 하락기조가 계속 이어지고 있지만 당분간 정부와 한은이 환율안정을 위해 직접 시장에 개입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외환보유액, 경제성장기반, 금융시장에 대한 신뢰도 등 여러 면에서 우리 경제가 최근의 환율 하락을 감당해낼 수 있다는 게 한은의 진단이다.
특히 한은은 아직까지는 환율 하락으로 수출경쟁력이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평가하지는 않는다.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원화환율은 7.7% 하락한 반면 수출가격 경쟁력은 3.1% 떨어졌기 때문이다.
현재 재경부와 한은은 모두 시장개입에 대해서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박 총재는 "환율문제에 대해서는 시장의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며 "환율 하락에 대해 '최대한 참을 때까지 참는다'는 게 정부와 한은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전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도 최근 "정부가 직접적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며 시장개입에 부정적인 견해를 표시했다.
그러나 한은은 급격한 환율 하락에 대해서는 정부와의 공조를 통해 대응해나갈 방침이다. 박 총재는 "환율 하락이 우리의 경제회복에 지장을 초래한다면 정부와의 협의를 통해 대응해나갈 계획"이라며 "지나친 환율 하락을 방치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경제회복 기조는 계속
한은은 당초 예상대로 우리 경제가 올 한해 동안 6~7%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선 내수에 이어 수출이 살아나고 있고 설비투자도 서서히 회복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수출은 4월 전년동기보다 9.2% 늘어난 데 이어 5월에도 7.8%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설비투자도 기계류를 중심으로 3ㆍ4월 연속 2% 이상의 증가세를 나타냈다.
미국 등 선진국 경제회복 여부가 아직 변수로 남아 있지만 우리 경제회복에 큰 걸림돌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지적된다. 박 총재는 "IMF외환위기 후 착실하게 구조조정을 거친 탓에 우리 경제의 체질은 크게 좋아졌다"고 평가했다.
이처럼 경제회복이 가시화되고 있지만 아직 물가상승 압력은 크지 않은 것으로 지적된다. 5월 중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0%로 4월의 2.5%에 비해 0.5%포인트 올랐지만 석유류 가격 등을 제외한 근원인플레이션율은 계속 3.0%를 나타냈다.
▶ 하반기 콜금리 인상 불가피
박 총재는 "2ㆍ4분기 성장률이 1ㆍ4분기(5.7%)보다 훨씬 높을 것으로 예상되며 연간기준으로는 성장률이 6~7%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물가상승 압력을 유발하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성장률인 잠재성장률(5~6%로 추정)을 위협하는 수준이다. 잠재성장률을 넘어서면 실제 생산은 늘어나지 않으면서 물가만 상승한다.
더욱이 통화증가율은 여전히 높아 물가불안을 부추길 것으로 우려된다. 3월 중 총유동성(M3) 증가율은 12.9%로 여전히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따라서 아직까지는 물가상승이 그리 크지 않지만 하반기로 갈수록 물가불안은 증폭될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전문가들은 한은이 이르면 오는 7월 콜금리를 추가인상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문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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