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패션업계에 변화의 물결이 몰아치고 있다.
국내 패션기업이 글로벌 패션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르는가 하면 최근에는 국내 사모펀드까지 패션 인수합병(M&A)에 나서는 등 반세기 역사의 토종 한국 패션이 2013년 초입부터 세계시장을 넘보며 대전환기를 맞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이랜드는 얼마 전 47년 된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케이스위스를 당초 예상했던 인수금액의 절반도 안 되는 가격에 집어삼켰다. 최근 한국 패션사업 가치가 주목을 받자 돈의 흐름을 좇는 사모펀드마저 지난해 아웃도어 업계 5위로 껑충 올라선 네파를 손에 넣었다.
아웃도어 노스페이스를 보유한 영원무역은 싱가포르 증시에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 패션업체의 해외증시 상장은 처음 있는 일로 영원무역이 해외 기관투자가들을 상대로 1,000억원 이상의 자금조달을 자신하고 있는 만큼 K패션의 높아진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세계 패션시장을 주무르는 차이나머니도 한국 패션에 유입되고 있다. 중국에 비해 브랜드 위상이 높고 노하우를 축적한 한국 패션업체의 매력에 중국 기업들의 투자가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의류 브랜드 'BNX'로 알려진 아비스타는 지난해 말 중국 디샹그룹에 팔렸고 여성 영캐주얼 업체 연승어패럴과 더신화의 인터크루는 각각 산둥루이와 안나실업에, 유아복 업체 서양네트웍스는 홍콩 기업 리앤펑에 넘어갔다.
프리미엄 이미지를 고수해온 글로벌럭셔리 브랜드도 한국 패션기업들에 줄줄이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수백만~수천만원대의 악어백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콜롬보는 지난 2011년 제일모직이 인수했으며 중소업체인 스포츠 브랜드 EXR코리아는 지난해 카스텔바작을 사들였다. 신원그룹도 이탈리아 잡화 브랜드 로메오산타마리아를 끌어안아 국내 기업이 글로벌 명품을 키울 역량이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 패션의 몸값이 갈수록 치솟는 것은 한류 열풍으로 이미 한국 국가 이미지가 높아졌고 K팝, 화장품과 성형 등 K뷰티를 비롯한 한국 상품들이 글로벌시장에서 최고 수준으로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무명의 젊은 디자이너들이 '패션왕'을 꿈꾸며 성공 스토리를 만들어온 패션산업의 요람 '동대문 패션', 디자이너들의 활발한 해외진출, 정부와 기업들의 다양해진 지원책 등도 패션산업 성장에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국내 패션기업의 한 임원은 "자금력을 갖춘 웬만한 한국 패션 기업 가운데 유럽 재정위기 이후 매물로 나온 유럽 럭셔리 브랜드의 러브콜을 안 받아본 곳이 없을 정도"라며 "올해도 글로벌 패션 M&A시장에서 한국 기업이 선봉장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