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모바일 메신저업체 카카오와 국내 2위 포털업체 다음커뮤니케이션이 합병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양사 합병이 성공리에 마무리될 경우 거대 정보기술(IT) 기업 탄생 외에 시장에 적지 않은 지각 변동을 몰고 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업계 고위관계자는 배경에 대해 "내년 상장을 앞두고 있는 카카오는 새로운 수익원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다음 역시 검색시장에서 네이버는 물론 구글에 마저 뒤지면서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양측의 이해 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다음 1대 주주인 창업자 이재웅씨의 신분변화 가능성 등 변수도 적지 않다"며 "이 같은 변수가 최종 합병 성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이라고 말했다.
◇성장세 주춤한 카카오·위기의 다음=카카오는 지난해 모바일 게임 부문 성장에 힘입어 매출액 2,108억원, 영업이익 659억원을 기록했다. 다음은 지난해 매출 5,309억원, 영업이익은 818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3월 말 기준 카카오는 직원이 550명, 다음은 1,590명가량이다.
사실 업계에서는 카카오와 다음의 합병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이유는 성장 한계를 넘고 새로운 모멘텀을 찾는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카카오는 해외 시장 진출, 다음은 모바일에서의 전환점이 시급한 상황이라는 것이 그것이다.
실제로 카카오는 국내 모바일 메신저 업계 1위에 오르며 승승장구했지만 주력 수익사업인 게임 부분 외에 이렇다 할 성장의 전환점을 찾지 못한 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벅스와 연계한 뮤직 서비스는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으며 모바일 유료 콘텐츠 시장 개척을 꿈꾸던 카카오페이지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게다가 해외 시장에서는 글로벌 기업들의 공세에 막혀 큰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다.
다음 역시 국내 포털 2위 기업이지만 네이버와의 검색 점유율이 7대3 수준으로 밀리며 고전하고 있다. 모바일에서는 구글에도 2위 자리를 내주었다. 이렇다 보니 시장에서는 '다음 위기론'이 꾸준히 제기돼오고 있다. 특히 매출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광고 부분에서 구글과 네이버가 모바일 타깃 광고, 맞춤형 광고로 영향력을 키우고 있지만 이에 비해 대응력이 떨어지고 있다.
◇빈틈 메우기 위한 합병, 변수는 남아 있어=카카오의 다음의 합병은 이런 상황에서 양측이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찾아보자는 의지가 맞아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내년 기업공개를 앞두고 있는 카카오 입장에서는 기업 가치를 올리기 위해서는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할 수밖에 없다. 카카오가 먼저 다음 측에 제안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우선 양사 합병이 성공리에 마무리되면 네이버와 새로운 경쟁 구도를 형성하며 인터넷 업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온다.
아울러 다음 입장에서는 카카오를 통해 모바일 이용자를 확보해 그동안 정체돼 있는 사업 돌파구를 찾고 카카오의 모바일 플랫폼을 활용해 광고 부분을 강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카카오 입장에서도 다음의 모바일 광고 플랫폼과 뉴스·카페·웹툰 등 콘텐츠를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특히 유선으로 사업 영역을 넓힐 수 있는 다음의 여러 사업 영역은 카카오에도 매력적일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한마디로 카카오로서는 다음과의 합병을 통해 국내 시장에서 다양한 콘텐츠를 확보할 수 있고 다음으로서는 모바일 플랫폼을 확보하는 윈-윈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합병에 대한 부정적 시각도 적지 않다. 양사의 합병이 글로벌 시장 진출에서까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관측이 엇갈리고 있다. 아울러 양사 합병으로 최대주주인 이재웅 다음 창업자가 지분 희석으로 인해 최대주주 지위를 상실할 수 있다는 것도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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