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체감경기에 '봄볕'이 들고 있다. 각종 기업경기 동향 조사에서 연말연시에 부진했던 수치들이 호전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연초 비수기였다가 3월을 전후로 경기가 풀리는 '계절효과'를 감안해 경기를 판단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지난해 말부터 경기회복 가속 페달에 힘이 다소 빠진 상황에서 계절성을 뛰어넘어 호전될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 체감경기 반등=각종 경기 관련 지표들은 지난해 10월 정점을 찍은 후 다소 둔화되는 추세였다. 그러나 최근 한국은행ㆍ전국경제인연합회ㆍ대한상공회의소 등에서 조사한 기업경기 동향 결과는 반등하는 양상이다. 한국은행의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지난해 하반기로 들어서면서 상승세를 타 지난해 10월에는 92를 기록했다. 이후 지난해 11~12월에는 90을 하회하며 주춤했으나 지난 1월에는 93을 기록하며 반등했고 2월에도 94를 기록하며 상승 추세를 이어갔다. 이에 앞서 전경련이 발표한 BSI도 3월 전망치가 116.2를 기록하면서 2월 전망치인 102.3을 크게 웃돌았다. 전경련 BSI도 지난해 10월부터 5개월 연속 하락하면서 100선을 위협했으나 이번에 큰 폭으로 뛰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조사한 2ㆍ4분기 기업경기 전망도 128로 집계돼 2002년 2ㆍ4분기 이후 8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의 한 관계자는 "BSI는 경기 추세에 대한 판단지표로 큰 틀에서 보면 현재 기업경기가 개선되고 있는 추세는 맞다"면서도 "절대수치가 높다고 해서 현재 경기가 2007년 이전의 호황기보다 좋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소비심리지수와 엇박자 왜?=특이한 점은 최근 소비심리지표는 꺾이고 있는 데 반해 기업들의 체감경기는 좋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월 소비자심리지수는 111로 전달에 비해 2포인트 떨어졌다. 지난해 10월 117을 정점으로 넉 달째 횡보 또는 후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는 기업들은 현장에서 수출계약ㆍ공장가동률ㆍ신규주문 등과 같은 실물지표로 경기를 판단하는 반면 소비자들의 경우 부정적 뉴스 등이 심리에 더 영향을 끼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유럽발 재정위기가 소비자심리에는 크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되지만 전체적으로 유럽 수출 비중이 낮은 수출기업 동향에는 큰 영향이 없었다"고 말했다. ◇신학기 등'계절효과'감안해야=그러나 BSI가 좋아진다고 해서 경기가 다시 반등하고 있는 것으로 직접 해석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 많다. 비수기(1~2월) 이후 3월에는 경기가 풀리는 '계절효과'까지 감안하면 오히려 개선폭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도 있다. 실제로 전경련 BSI 다음달 전망지수의 전년 동월 대비 개선 추세를 보면 ▦1월 98.3% ▦2월 55% ▦3월 52.7%로 줄어들고 있다. 김종수 NH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신학기 수요 등으로 계절적인 요인이 기업경기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 같다"며 "그러나 계절적 효과를 제거하고 보면 오히려 수요 둔화가 계절성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황인성 삼성경제연구소 상무는 "정부의 재정지출효과 감소, 대외변수 등으로 경기 전반적으로 상승 회복속도가 둔화되고 있다"며 "오는 3월에서 6월까지 경기회복세가 주춤하는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