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tSectionName(); [창간 특별인터뷰] 이희범 STX에너지 회장 자원외교 민간의 힘만으론 한계… 대통령등 지도자가 앞장서 주길기업체에 몸담아 보니 생존게임 치열함 느껴실물 바닥 탈출했지만 출구전략은 아직 일러 정리=노희영 기자 nevermind@sed.co.kr 사진=이호재기자 대담=강창현 산업부장 chkang@sed.co.kr ImageView('','GisaImgNum_1','default','260'); "미국은 국력으로, 중국은 자본으로, 유럽은 인맥으로 자원확보에 나서고 있습니다. 우리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대통령ㆍ장관 등 위에서부터 발벗고 나서야 합니다." 이희범(60ㆍ사진) STX에너지 회장은 '정부가 주도하고 기업이 뒤따르는' 형식의 자원외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산업자원부 장관에 오르기까지 오랜 공직생활을 하다 경제단체장(무역협회장)을 거쳐 기업인으로 변신한 그가 치열한 생존경쟁 현장에서 내린 결론인 만큼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장관 시절부터 '현장'을 중시했던 이 회장은 현 정부에 대해 "대통령은 열심히 현장에 다니는데 일선 관료들은 그에 못 미치는 것 같다"며 애정 어린 쓴소리도 했다. 관가와 재계를 두루 꿰뚫게 된 그는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출구전략' 수립은 필요하겠지만 실행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지난 10여년간 평생 할 인터뷰를 다했다'면서 쇄도하던 인터뷰 요청을 사양하던 그가 서울경제신문 창간 49주년을 맞아 인터뷰에 응했다. 최근 서울 중구 남대문로의 STX에너지 회장실에서 그를 만나 한국 경제 및 정치ㆍ사회에 대한 견해, 그리고 민간 기업인으로서의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고위관료 출신으로는 드물게 기업인으로 변신했다. 감회가 어떤가. ▦그리던 고향에 온 기분이다. 사무관 시절부터 기업정책(산업정책)을 해왔다. 정책 공급자에서 정책 수요자로 변신한 것인데 역지사지라는 말도 있지만 실제로 다른 입장에서 행동하거나 느끼기는 쉽지 않다. 공직에 있을 때 기업 입장을 조금 더 생각하고 잘할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든다. 중견 이하 직급의 공무원이 기업으로 옮긴 경우는 제법 있는데 높은 직급에 있다가 기업에 가서 성공한 사례는 많지 않다. 공직생활이 몸에 배어 있기도 하거니와 자꾸 과거 생각을 하기 때문인 것 같다. '예전에는 내가 갑(甲)이었는데' 하는 생각을 하면 안 된다. 미국은 관료생활을 마치고 기업에 많이들 가는데 우리도 그래야 한다고 본다. -STX에서 에너지 부문 회장을 맡았다. 정부와 기업 간 협력이 필요한 분야인 것 같다. ▦그렇다. 이 부문은 인적 네트워크가 필수적인 분야이기도 하다. 예전부터 알던 사람들, 특히 중동 사람들이 이것저것 아이디어를 주는 경우가 많다. 일주일에 한 건은 들어온다. 당장 이용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이중 몇 가지는 사업화를 위해 검토하고 있다. -민간 기업과 관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인가. ▦관에 있을 때는 적자가 나더라도 월급이 나오지 않는 일은 없다. 하지만 기업은 돈을 벌어야 한다. 그것이 생존의 법칙이고 기업의 존재 이유다. 사회공헌도 돈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경쟁도 치열하다. 기업의 게임이 훨씬 더 리얼하다. 리스크가 걸린 일에도 과감히 승부를 걸어야 한다. 승부사 기질이 있어야 기업인을 할 수 있는 것 같다. -장관 시절 '현장'을 강조했는데 STX 회장인 지금, 어디가 '현장'인가. ▦사무관들이 처음 들어오면 중소기업의 애로사항을 들어보라며 현장에 내보냈다. 중소기업 대표들과 함께 기술표준이나 인허가 등 각종 민원서류를 들고 관공서를 드나들게 했다. 그랬더니 이렇게 민원 처리하기가 어려운 줄 몰랐다, 기업들을 도와주고 싶다는 반응들이 나왔다. 스스로도 현장을 조금 더 알았다면 보다 잘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지금은 해외가 현장이다. STX그룹은 매출의 90%가 수출로 이뤄진다. 국내만 겨냥하면 빨리 성장하지 못한다. 최근 아부다비 등 중동 지역을 둘러봤고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국영전기회사 에스콤의 사외이사 자격으로 이사회에 참석하기 위해 남아공에 다녀왔다. -민간 자원외교를 하는 셈인데. 전세계적으로도 자원확보전이 치열하지 않나. ▦미국ㆍ중국ㆍ유럽 등이 자원외교에 아주 적극적이다. 미국은 국력으로, 중국은 자본으로 자원외교를 한다. 중국이 자원 매점매석을 위해 쏟아부은 돈만 400억달러가 넘는다고 한다. 또 유럽은 인적 네트워크가 강하다. 프랑스에 아레바라는 원자력 회사가 있는데 이곳 사장은 남아공 대통령의 자문 역할까지 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은 대통령 등 윗선에서 앞장서야 한다. 대통령이 나서는 게 장관이 나서는 것보다 유리하고 국ㆍ과장보다는 장관이 유리하다. 자원부국에서 최종 결정권은 대통령이나 장관이 지닌 경우가 많다. 따라서 우리도 위에서 움직여야 한다. -그럼 자원개발ㆍ에너지사업도 개별 기업보다는 정부가 주도해야 하는가. ▦기본적으로는 기업이 해야 하지만 자원개발의 경우 기업 혼자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자원개발은 또 돈과 시간이 많이 들고 리스크가 크다. 성공할 확률이 낮다. 탐사기술이 발달했다고 해도 지하자원 개발에 성공할 확률은 5%에 불과하다. 기업의 경우 실패하면 피해가 막심할 수밖에 없다. 국가의 지원이 없으면 개별 기업은 하기가 어렵다. STX에서 나를 영입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지금 정부를 보면 '현장'에 신경을 많이 쓴다고 보나. ▦대통령부터 현장을 많이 다니는 것 같다. 하지만 그 아래 장관이나 국정 관료들은 더 열심히 다녀야 하는데 그다지 썩 열심히 다닌다는 느낌은 안 든다. -그래도 현 정부는 기업 친화적이지 않나. ▦기업 친화적으로 정부 정책의 패러다임이 많이 변한 게 사실이다. 기업들이 규제완화 등을 자유롭게 요구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이번 정부 들어 출범된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는 업계에서 10년 전부터 설치를 요구했었다. 대통령이 나서 2시간씩 회의를 주재했고 이 위원회를 통해 많은 제도개선이 이뤄졌으며 기업들의 애로사항이 많이 해결됐다. 물론 현장에 가면 아직도 풀어야 할 숙제가 많이 남아 있기는 하다. -기업들이 10년 후 먹거리를 찾기 위해 신성장동력 발굴에 한창이다. ▦시대에 따라 성장동력은 달라진다. 19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정보기술(IT)이 전세계적인 차세대 동력이었고 IT 버블까지 발생했다. 지금도 IT, 생명공학기술(BT) 등이 우리 경제를 끌고 있지만 이제 전세계의 화두는 '녹색'이다. 미국 정부도 그린뉴딜을 위해 1,500억달러를 풀겠다고 밝혔으며 한국 정부도 지난해 8ㆍ15선언에서 녹색성장을 발표했다. 각 기업들도 차세대 동력을 녹색에서 찾고 있다. 일부에서는 녹색의 실체가 없다는 얘기도 나오지만 실체를 찾는 게 기업의 몫이다. 그것은 녹색산업 자체가 될 수도 있고 기존 사업의 녹색화도 될 수 있다.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고 CO2 배출량을 줄이는 방법 등이 있다. STX도 각 계열사별로 사업과 연관된 녹색팀을 구성했고 지난달에는 녹색포럼도 만들어 계열사별로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이 분야야말로 내가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경기는 바닥을 쳤다고 보는가. ▦금융시장은 거의 정상화됐다. 한국뿐 아니라 미국도 2ㆍ4분기 실적발표 내용을 보면 금융위기 이전으로 회복됐다. 심리지표는 정상 상태로 가고 있다. 5, 6월 소비자심리지수(CSI)와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100을 넘어섰다. 하지만 실물시장의 경우 바닥은 지났지만 겨우 바닥을 탈출한 수준이다. 정상으로 돌아서려면 아직도 멀었다. 무역에서 상반기 216억달러 흑자를 냈다고 하지만 수출은 -20%, 수입은 -30%를 기록했다. 물동량이 그만큼 줄었다는 얘기다. 발틱건화물운임지수(BDI)만 봐도 최고점 1만1,000포인트까지 갔다가 대폭 하락한 후 최근 4,000까지 올랐지만 또다시 3,500대로 떨어졌다. 그만큼 실물시장은 아직 얼어 있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ㆍ4분기에 플러스가 됐다고 해서 경기가 회복됐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리다. -지금의 경제위기는 잘 벗어날 것으로 예상하나. ▦지금까지 잘 해왔다고 생각한다. 경제가 어려워진 것이 장관 한두 사람의 문제 때문만도 아니고 이들을 바꾼다고 해결되지도 않는다. 글로벌 경제위기가 우리의 잘못만도 아니다. 또 정부뿐 아니라 기업ㆍ국민 역시 경제주체다. 이들 모두가 각자의 할 일을 하면서 협조해야 한다. 어느 한 곳에만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다. -그렇다면 출구전략을 논의하기에는 아직 시기상조인가. ▦출구전략은 필요하다. 출구전략을 세우는 것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워룸(War Roomㆍ비상경제상황실)에서 시뮬레이션을 통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 출구전략을 실행할 단계는 아니다. -정치판이 상당히 시끄럽다. 기업들은 사상 최대의 실적을 내고 증시도 계속 오르는 것과는 상당히 대조적이다. 국회는 20년 전과 달라진 게 없는 것 같다.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나라가 1964년에 수출 1억달러를 달성했는데 지난해 4,200억달러를 수출했으니 40여년 만에 4,000배가 넘는 성장을 한 것이다. 전세계에서의 수출 순위도 100위에서 11위로 뛰어올랐다. 이 기간 개방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고 글로벌 기업이 탄생하면서 세계적인 무역국가로 성장한 것이다. 정치가 경제를 도와줬더라면 훨씬 더 많이 성장할 수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정치는 오히려 국가 이미지, 국가 브랜드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됐다. ■ 이희범 STX에너지 회장은 산업자원부의 요직을 두루 거친 ‘산업정책통’으로 꼽히던 그는 예순의 나이에 기업에서 일해보고 싶다는 꿈을 이뤘다. 공무원 시절 에너지ㆍ수출 통계를 줄줄 외울 정도였던 업무에 대한 열정과 공부하는 자세는 STX그룹으로 옮겨서도 여전하다. 중국 조선소 현황 등 그룹의 각종 경영현안과 관련된 수치를 꿰고 있어 STX에 오래 몸담고 있던 임원들조차 혀를 내두르게 만들었다. 지난 1972년 이공계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행정고시(12회)에 수석합격해 화제가 됐다. 마흔 가까운 나이에 늦깎이로 시작한 미국 유학에서도 수석졸업을 할 만큼 성실하고 자기 관리능력이 뛰어나다. 자신이 맡은 업무를 매듭지을 때까지 결코 중간에 포기하는 일이 없다. 2000년 말 산업자원부 자원정책실장 시절 밤을 새워가며 노조와 협상하고 여야 의원들을 일일이 설득해 전력산업 구조개편을 성공적으로 이끈 일화는 유명하다. 공무원 시절부터 ‘현장’을 강조했던 그는 무역협회장 때도 전국의 무역협회 지부를 두 차례나 돌면서 현장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고 이를 정부에 전달하는 역할을 했다. 지난해에는 남아프리카공화국 국영전기회사인 에스콤의 사외이사직을 맡아 ‘무박 3일’로 현지 이사회에 참석하는 등 민간 자원외교에 적극 나서고 있다. ■ 이희범 약력 ▦1949년 경북 안동 ▦1971년 서울대 전자공학과 졸업 ▦1972년 행정고시(12회) 합격 ▦1981년 대통령비서실 비서관 ▦1994년 EU 한국대표부 상무관 ▦2001년 산업자원부 차관 ▦2002년 한국생산성본부 회장 ▦2003년 서울산업대 총장 ▦2003년 제8대 산업자원부 장관 ▦2006년 제26대 한국무역협회장 ▦2009년 STX에너지 회장 혼자 웃는 김대리~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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