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초 젠한국의 직원들에게 뜻하지않은 낭보가 날아들었다. 서울시내 한 대형백화점 본점에 입점한 도자기식기 브랜드 가운데 젠한국이 국내외 업체를 통틀어 월별 판매량에서 최대업체로 올라섰다는 소식이었다. 김성수(61ㆍ사진) 젠한국 회장은 이에 대해 “무엇보다 불경기에 이뤄낸 성과인 만큼 직원들이 무척 고무돼 있다”며 “그때 그때 시장상황에 휘둘리지 않고 디자인 혁신과 신제품 개발이라는 기본에 충실했던 결과”라고 힘주어 말했다. 김 회장은 항상 직원들에게 회사를 운영하는데 가장 필요한 것은 ‘장인정신’이라는 점을 강조하곤 한다. 그가 지난 1970년 한국공업연구소에서 도자기 담당연구원으로 출발해 40년간 줄곧 도자기와 인연을 맺어온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회사를 키워서 비싼 값으로 팔고, 이문을 남기는 일보다 품질 좋은 도자기를 만드는 자체가 중요한 겁니다. 제가 오직 R&D(연구개발)에 몰두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장인정신을 가지고 만드는 도자기와 그렇지 않은 제품은 소비자가 먼저 알아볼 수 밖에 없습니다.” 실제 젠한국의 디자인 및 신소재 개발 인력은 인도네시아 법인에만 100여명에 이르며 국내에도 20명의 R&D인력을 두고있다. 김 회장은 이에 그치지 않고 올해 인도네시아에 20명의 R&D인력을 추가로 채용할 계획이다. 대부분 10명에도 못미치는 R&D인력을 갖고 있는 다른 업체들과 비교하면 이례적인 수준이다. 김 회장 역시 회장이라는 공식 직함과 상관없이 스스로 연구개발요원을 자처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출시 이후 월 30만개 이상 꾸준히 팔려나가며 젠한국이 업계의 다크호스로 떠오르는 데 큰 역할을 한 ‘젠앤락’ 역시 김 회장의 작품이다. 도자기는 굽는 과정에서 부피가 줄어드는 특성 때문에 밀폐용기제작이 어렵지만 김회장은 직접 수축률까지 치말하게 계산해 밀폐용기 제작 기술을 개발해냈다. 젠한국의 탄탄한 제품경쟁력은 최근 세계적인 경기불황기를 맞아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유럽의 한 글로벌 도자기업체가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자체 제작 물량의 일부분을 맡겨온 것이다. 김 회장은 “연간 최대 500만점 규모의 생산을 새로 맡게 됐다”며 “이에 따라 올해 해외 수출이 그 어느 때보다 활기를 보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의 경기 불황에 대해서도 “글로벌브랜드라 하더라도 체력이 약한 업체들은 생산시설을 줄이는 수순을 밟고 있다”며 “향후 탄탄한 제품생산력을 갖춘 업체들이 더욱 바빠질 수 밖에 없는 환경”이라고 진단했다. 젠한국은 올해 그동안 주력했던 수출이외에도 올해 내수시장도 적극적으로 공략할 계획이다. 김 회장은 “국내 시장의 경우 인터넷쇼핑몰과 직영매장 중심으로 영업해왔지만 주요 백화점 및 대형 할인점까지 판매망을 확대하고 있다”며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은 젠한국 브랜드를 적극적으로 알려나가겠다”고 말했다. R&D부분에서는 고부가 가치제품과 선물용품으로 도자기를 활용하는 데 초점을 둔다는 계획이다. 김회장은 “밥이나 국그릇, 커피잔 등 일반적인 식탁제품만으로는 획기적인 성장을 하기 어렵다”며 “생산규모 면에서 이미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만큼 젠앤락과 같은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잇는 제품을 개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김회장이 현재 ‘제2의 젠앤락’으로 주목하고 있는 분야는 요리기구 시장이다. 그는 “스테인레스가 장악하고 있는 요리기구를 세라믹으로 대체하는 개발작업이 내년쯤 가시화될 것”이라며 “시장 규모가 도자기와 비교되지 않는데다 세라믹 재료의 안정성이 있는 만큼 젠앤락 이상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김회장은 장기적으로 도자기뚝배기와 같은 도자기를 이용한 주방용품을 꾸준히 개발해 젠한국을 종합 주방용품브랜드로 성장시킨다는 목표를 갖고있다. 혹시나 싶어 은퇴계획을 물어보자 김 회장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이렇게 답변했다. “토털 키친웨어 브랜드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멉니다. 소재개발이라든지 디자인 구상, 마케팅 조사 등 제가 직접 참가해야 할 부분도 많죠. 아직 은퇴는 멀었습니다.”
印尼 공장 세계 최대 생산능력 매출 65% 해외수출로 달성 젠한국은 김동호 한국도자기 창업자의 4남이자 김동수 한국도자기 회장의 동생인 김성수 회장이 지난 2005년 한국도자기에서 분사해 설립한 도자기 식기 전문 업체다. 청주에 본사가 있으며 인도네시아에 생산시설을 두고 있다. 인도네시아 공장의 경우 고용인원 1,400여명에 연간 2,000만여점에 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현재 젠한국은 매출의 65%이상을 해외수출로 달성하고 있으며 자체 브랜드와 함께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 생산을 통해 미국과 영국, 이탈리아 등 세계 20여개국에 수출하고 하고 있다. 세계적인 도자기 브랜드인 미국의 레녹스 및 독일의 빌레로이&보흐, 일본의 나루미 등이 주요 납품처다. 지난해 인도네시아 법인은 400억원, 한국법인은 약 150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올해 인도네시아에서 500억원, 국내법인에서 200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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