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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핀테크(금융과 기술의 합성어)와 같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에 주목해야 합니다. 금융·헬스케어·서비스 산업이 유망한 투자 영역이 될 것입니다."
존 리(사진) 메리츠자산운용 사장은 14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조선·건설과 같은 제조업 대신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에 주목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리 사장은 제조업에서 서비스 산업으로 국내 산업의 중심축이 이동하는 흐름을 읽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조선업과 같이 그간 한국 경제를 이끈 제조업은 앞으로 중국의 부상으로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산업 패러다임의 변화를 읽어내고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에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리 사장은 핀테크를 예로 들었다. 그는 "과거 미국의 대표 기업 구글이 등장하기 전까지 인터넷이 세상을 이렇게까지 뒤바꾸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며 "핀테크처럼 그동안 생각지 못했던 산업이 급부상하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며 유망한 산업에 지속적으로 투자하면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리 사장이 올해 금융·소프트웨어·서비스 산업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배경에는 중국이 쉽게 따라올 수 없는 영역이라는 점도 있다. 그는 "샤오미가 삼성전자를 턱밑까지 추격해온 사실을 보면 알 수 있듯 중국이 한국의 전자제품·자동차 산업을 위협하고 있다"며 "올해 역시 중국이 국내 산업을 위협하겠지만 소프트웨어나 헬스케어 영역은 모방이 어렵기 때문에 중국도 쉽게 따라오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4개월째 진행되고 있는 유가 하락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리 사장은 "한국은 원유 생산이 없는 나라이기 때문에 수입국 입장에서 유가 하락이 부정적 현상은 아니다"라며 "미국에서 유가 하락으로 구매력이 높아지고 소비 시장이 살아나면 한국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리 사장은 올해 정부의 퇴직연금 위험자산 투자 한도 확대, 주식 시장 활성화 정책이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주식 시장 활성화를 위해 주가의 상하한가를 기존의 15%에서 30%로 확대하기로 했다. 더불어 확정기여형(DC형) 퇴직연금의 위험자산 투자 한도를 기존의 40%에서 70%로 늘리기로 했다.
리 사장은 "그동안 투자자들 사이에 단기투자가 성행했고 퇴직연금제도도 확정급여형(DB형) 위주로 운영됐다는 사실을 뒤집어 생각해보면 앞으로 자본 시장으로 자금이 몰리고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의미가 된다"며 "DC형 퇴직연금이 보편화되는 등 주식 시장이 활성화하면서 주가가 오를 것이기 때문에 지금 주식을 싸게 살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이어 "업계가 올해 주가를 부정적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주가가 아니라 유망한 기업을 발굴하는 일"이라며 "한국 기업의 주가순자산비율(PBR)과 주가수익비율(PER)이 과거 최고점에 비해 50%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저가 매력까지 부각될 것"이라고 봤다.
리 사장은 미국 월스트리트에서 '더코리아펀드'를 운용하며 일찌감치 실력을 검증받은 매니저로 지난해 초 메리츠운용 사장으로 부임한 후 기존 펀드들을 과감히 정리하고 '메리츠코리아펀드' 등 일부 펀드에 집중했다. 펀드 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이 펀드는 최근 1년(1월13일 기준)간 19.75%의 수익을 올렸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가 0.91% 하락한 점과 비교하면 벤치마크 대비 20%포인트를 뛰어넘는 수익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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