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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국민은행의 발전소 프로젝트 수주 규모가 처음으로 산업은행을 넘어섰다.
이는 소매금융에 강점을 지녀온 국민은행이 도매금융, 나아가 대규모 자금이 소요되는 사업으로까지 영역을 넓히고 리더로서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는 상징성을 지니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15일 금융계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지난달 제주도 해상풍력발전소 프로젝트의 금융자문주관사로 단독 선정됐다. 한국전력기술이 주관하는 이 프로젝트는 총 금액 6,500억원 규모의 대단위 사업이다.
이로써 국민은행은 지난해 한 해 총 7건의 발전소 프로젝트를 수주하며 산업은행(3건)을 앞질렀다. 프로젝트 총액도 4조원에 달해 산업은행의 3조7,000억원을 뛰어넘었다.
그동안 발전소 프로젝트는 산업은행의 독무대나 다름없었다. 다른 시중은행들이 진입하기에는 장벽이 높았기 때문. 발전소 프로젝트는 대단위 사업이라는 특성상 입찰할 때 그동안 어떤 프로젝트를 수행했는지를 평가하는 '트랙 레코드(track record)'가 중요한데 국내에서는 산은이 거의 독보적이었다.
국민은행의 성과는 대기업 금융 부문을 강화하려는 노력이 결실을 맺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관련 분야에 정통한 외부인사를 영입해 조직 쇄신을 시도했다는 점이 주효했다.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은 최근 기자와 만나 "국민은행 기업금융 부문이 지난해 성장한 데는 조직이 아닌 개인의 역량이 50% 이상을 담당했다"며 "새로 영입한 이찬근 부행장이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새로운 경쟁자가 출현함에 따라 발전소 프로젝트시장은 더욱 활기를 띨 것으로 전망된다. 단기적으로는 산업은행과 국민은행의 치열한 각축전이 예상된다. 당장 이달에만 동부그린석탄화력발전(2조2,000억원), 위례신도시 집단에너지(5,800억원), 하남미사 집단에너지(6,000억원) 등이 대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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