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은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다. 중국의 조강생산 능력은 내년에 정점을 찍어 10억톤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중국 정부는 철강사 합병 등을 통한 구조조정과 함께 노후설비 폐쇄로 생산설비를 줄여나가기로 했다. 환경보호, 안전, 에너지 절감 등의 기준을 정해놓고 충족하지 못할 경우 설비투자 비용 등의 대출을 까다롭게 하는 등 현재 제공하고 있는 사실상의 지원을 끊을 방침이기도 하다.
일본은 장기간의 시설투자 확대보다 설비 합리화를 통해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에 힘써왔다. 자동차용 강판, 해양 플랜트 등에 쓰이는 에너지 강재, 철강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콜타르를 재활용한 탄소소재 등이 대표적이다. 피크 대비 용광로 수는 줄였지만 수익성이 높은 제품으로 효용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정부 차원에서는 '엔저'를 앞세운 아베노믹스로 수출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국내 철강업체는 이런 상황에 중국산 저가 철강재와 일본의 고가 제품 사이에 끼여 시장을 잠식당하고 있다. 포스코가 소재 및 에너지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고 현대제철은 현대하이스코와의 합병을 통해 수익성 극대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시장상황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국내 철강사들은 수입재로부터 시장을 방어하기 위해 수익성 훼손을 감수하고 있지만 개별 업체 차원의 대응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중국은 국내에 대량 수입되는 보론강에 대해 정부가 수출증치세를 환급해주고 있다. 줄어든 세금만큼 중국 업체는 한국에 가격을 낮춰 팔며 국내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는 추세다. 중국 업체의 밀어내기식 수출을 정부가 지원하는 셈이다. 심상형 포스코경영연구소 수석 연구위원은 "보론강 외에도 저가의 스테인리스 제품이 국내에 유입되는데 이를 사용할 경우 구조물 안전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이런 것들은 개별기업들이 대응할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에 정부가 확실한 기준을 정해 막아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엔저를 바탕으로 수출을 늘려가는 일본도 올 들어 한국 철강재 수출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 국내 중소 철강업체의 한 관계자는 "대형 업체에 비해 중소업체가 더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마땅한 대응책이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세계 각국의 '보호무역' 흐름에 따라 늘어나는 반덤핑 관세도 문제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주요 수출국이나 제소를 진행하는 국가들의 시장상황을 주시하고 정보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의 경우 정부 및 관계기관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