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보니 왜 신한, 신한 하는지 알겠더군요. 일사불란한 조직에 인력 풀도 확실히 좋습니다. 금융계의 삼성이라는 표현이 잘 들어맞는다는 생각이 절로 들더라고요."
과거 삼성에서 생명·증권 등을 두루 거친 신한 소속 인사가 내린 진단이다.
최근 금융계에서는 신한금융의 거침없는 질주가 압권이다. 신한은 지난 2010년 이후 5년 연속 상반기 실적 1조원을 웃돌며 독보적인 위상을 뽐내고 있다.
금융계가 신한 대 비신한 구도로 재편되고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짜임새 있는 포트폴리오, 일본식 경영 문화에서 비롯된 내부 통제와 규율, 안정적인 지배구조 등은 신한만의 강점으로 꼽힌다. 시스템적인 대응으로 고객 서비스, 업무 처리 방식 등에서 신한만의 디테일은 벤치마킹할 부분이 많다는 게 경쟁사의 대체적인 평가다.
한편으로는 구조조정 기업에 대한 지원 등에 몸을 너무 사린다는 비판도 있다. 리딩 뱅크로서 역할에 아쉬움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한 금융지주 고위 임원은 "신한은 지배구조가 탄탄해서인지 높은 조직 로열티에 리스크 관리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며 "다만 국내 사업이 한계가 왔고 다른 그룹도 대대적 정비를 서두르고 있는 만큼 앞으로는 해외 사업에서 성과 여부가 주도권을 계속 쥘 수 있느냐를 가늠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정적 수익과 누수 없는 프로세스로 단단함 구축=현재만 놓고 보면 신한의 독주 체제에 이견을 달기는 어렵다. 올 상반기에 신한금융은 1조1,360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KB금융 7,652억원, 하나금융 6,101억원 등을 가뿐히 제쳤다. 우리금융은 1조1,931억원을 올렸지만 민영화와 관련한 법인세 환급액이 6,043억원이나 돼 의미를 두기는 어렵다.
은행·보험·카드·증권 등 업권별 라인업도 안정감 있다. 신한카드의 경우 지난해 6,984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는데 이는 외환은행(3,600억원), 우리은행(5,760억원)보다도 높다.
은행 중심의 외다리 성장이 아니라는 얘기다. 향후 고성장이 점쳐지는 자산관리·은퇴설계 등의 분야에서 시너지가 기대되는 이유다.
지난 3월 별다른 잡음 없이 출항한 한동우 회장 연임 체제에서 보듯 탄탄한 지배구조도 강점이다. 신한이 유독 대형사고가 적고 유기적인 시스템 경영이 가능한 것도 외풍으로부터 자유로운 지배구조 영향이 크다. 본업에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는 단단한 조직으로 연결되고 있다.
한 시중은행 부행장은 "신한은 뭘 해도 조직적으로 발 빠르게 움직인다"며 "디테일도 뛰어나 가령 어음교환시에는 사고 예방 차원에서 CCTV가 설치된 곳에서 하는 등 세부적으로 배울 점이 많다"고 말했다.
다른 지주 고위 인사는 "신한만의 조직문화가 신입 때부터 훈육 되고 있다는 게 남다르다"며 "민원도 적은 편인데 신한의 브랜드 가치를 고객이 인정하고 있다는 간접적인 증거"라고 평가했다.
◇'기업 구조조정에 미온적' 비판, 해외 비중 늘려야=비 올 때 우산을 뺏는다는 비판은 신한에 혹처럼 따라 붙는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팬택·대한조선 등의 지원에 반대했고 올해 동부제철을 놓고도 이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금융계 인사는 "신한은 구조조정 지원에 반대가 잦고 지원하더라도 조건을 다는 경향이 많다"며 "외부 입김을 덜 타는 탓도 있겠지만 어떨 때는 영악할 정도로 영리해 부럽기까지 하다"고 꼬집었다. 금융산업이 격변기에 휩싸여 있다는 점에서 신한의 철옹성이 유지될지 여부에 대해서는 중립적 견해가 우세하다.
하나금융은 하나와 외환은행 간 통합 작업이 본격화되고 있고 NH농협금융도 우리투자증권 등의 인수로 도약의 호기를 잡았다. 우리은행도 새 주인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새 전기를 맞을 수 있다.
그만큼 상황이 유동적이다. 해외 시장에서 선전 여부도 중요하다. 신한의 올 2·4분기 해외 수익 비중은 전체의 7.52%로 하나(17.7%)보다 낮다. 갈수록 해외 비중이 커질 것이라는 점에서 신한 입장에서는 긴장할 대목이다. 한 금융지주 고위 임원은 "다른 그룹도 반격하지 않겠냐"며 "신한의 우위가 계속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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