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재정안정기구(EFSF)의 대출 규모 확대와 역할 강화 법안 승인으로 일단 임박한 고비를 넘겼다. 4,400억유로의 구제금융 규모는 지금까지 재정 적자 문제를 일으킨 아일랜드와 포르투갈ㆍ스페인ㆍ그리스의 재정 부채를 다 합친 것보다 많다. 그럼에도 아직 시장의 주인은 공포다. 우선 이들 국가의 재정 적자를 다른 국가들이 대신 메워준다고 해도 "돈 받은 나라들이 개과천선해 앞으로 바뀌겠는가"라는 문제는 제기된다. 오히려 툭하면 돈 뜯어내러 나타나는 천덕꾸러기가 될 게 뻔하다. 이탈리아의 재정 적자도 지속 거론되는 문제 중 하나다. 이탈리아의 절대 규모가 지금까지 다른 PIGS(포르투갈ㆍ아일랜드ㆍ그리스ㆍ스페인) 국가들의 부채를 다 합친 것보다 두 배가량 많기 때문이다. 이탈리아의 대규모 재정 적자를 EFSF가 감당할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지금 글로벌 경제가 침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중국조차 산업생산 예상치에 미치지 못하기 시작했고 유럽은 물가마저 치솟고 있다. 미국의 일자리는 턱없이 부족해 실업의 공포가 더 커지고 있다. 미국은 금리 인하와 트위스트오퍼레이션 정책으로 반전을 꿈꾸지만 대규모 재정 지출 없이는 장기 침체가 불가피하다. 국내 금리가 떨어지지 않는 이유는 지금의 경기 둔화가 자칫 그리스와 이탈리아 디폴트로, 또 대형 금융기관 연쇄 파산으로 일파만파 퍼질지 모른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적당한 경기 둔화는 채권시장에서 강세 요인이지만 지금은 채권이고 시장이고 간에 한 번에 모두 망가질 수 있다는 불안이 84조원가량의 채권을 들고 있는 외국 투자자와 맞물려 증폭되고 있다. 국고채 3년물 수익률이 3.55%면 전 저점인 3.29%와 비교해 꽤 올랐지만 앞으로 살얼음판에서 눈치보기가 펼쳐질 수 있는 만큼 3.6%를 저항선으로 한동안 숨 고르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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