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상승에 힘입어 신주인수권부사채(BW)의 신주인수권이나 전환사채(CB)의 전환청구권을 행사하는 사례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BW나 CB의 행사가격이 현재 주가수준보다 낮아 상당한 차익을 실현할 수 있기 때문으로 이 같은 물량이 대량으로 쏟아지면 무시 못할 주가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1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3월 중 BW 신주인수권 청구건수와 CB 전환 청구 건수는 1ㆍ2월에 비해 크게 늘었다. 지난 3월 중 BW 신주인수권 청구건수는 46건으로 1월(15건)에 비해서는 세배, 2월(28건)보다는 두배 가까이 증가했다. CB 전환청구도 증가 추세다. 3월 중 CB 전환청구 건수는 39건으로 1월(12건)이나 2월(33건)에 비해 증가세를 나타냈다. 이달 들어서도 10일 현재까지 BW 신주인수권 청구는 12건, CB 전환청구건수도 10건에 달했다. 이영곤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증시가 3월부터 상승세를 지속한 데 힘입어 신주인수권이나 전환청구권을 행사하면 상당한 차익을 실현할 수 있게 됐다”며 “전환가격은 낮은 수준인 데 반해 주가는 높아 차익실현을 노린 투자자들의 전환 청구가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실제 최근 BW의 전환금액은 주가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메디포스트는 지난 9일 “신주인수권 행사에 따라 9만36주가 오는 23일 신규 상장된다”고 공시했다. 2회차 BW 발행 물량의 절반 수준으로 전환가격은 1만6,660원이다. 사채만기일이 2년 이상 남았고 10일 현재 주가(2만2,400원)를 고려하면 상당한 차익을 실현할 수 있다. 현재 주가 수준이 23일까지 그대로 이어진다고 가정할 경우 신주를 받은 투자자가 이 주식을 매도하면 주당 6,000원 정도의 수익을 얻게 된다. 로만손도 9일 “투자자의 신주인수권 행사에 따라 21일 19만5,918주가 상장된다”고 발표했다. 로만손 BW에 투자한 사람이 주식 1주를 얻는 데 드는 비용은 880원이다. 현재 주가가 2,370원임을 고려할 때 투자자가 즉각 매도에 나설 경우 상당한 차익을 얻게 된다. CB 전환청구도 사정은 비슷하다. 2일 CB 소유자의 전환청구에 따라 주당 1,307원에 38만여주를 발행한 한서제약의 경우 당시 주가는 2,150원이었다. 21일 2,000원에 1만5,000주가 발행되는 지엔텍홀딩스도 현 주가(3,240원)가 이어질 경우 투자자들의 차익 실현이 가능하다. 반면 차익 실현은커녕 상장폐지가 예상되는 업체의 투자자들이 손해를 줄이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BW의 신주인수권이나 CB 전환권을 행사하는 경우도 있다. 전문가들은 CB나 BW의 권리 행사로 풀린 주식들이 시장에 쏟아질 경우 상당한 주가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 연구원은 “차익실현을 노린 물량이 대규모로 시장에 나올 경우 주가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철환 우리투자증권 연구원도 “CB나 BW 권리 행사로 주식으로 전환되는 순간 대량 매물부담으로 작용한다”며 “기존 주주들의 입장에서는 주당 가치가 희석되는 효과도 있어 긍정적인 현상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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