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년간 중국 등 저가형 제품의 공세가 거세지면서 침체기에 빠져있던 셋톱박스 업계가 올 초부터 잇따른 해외공급 계약을 따내며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휴맥스와 토필드, 가온미디어 등 국내 주요 셋톱박스 업체의 수출 호황으로 중소기업 위주의 시장에서 단일품목으로는 처음으로 셋톱박스가 올해 수출 1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영국을 시작으로 2009년 미국 등 전 세계 주요 국가들이 2012년까지 고화질 디지털방송(HD TV)으로 전환하려는 계획에 힘입어 폭발적인 수출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1위인 휴맥스는 7월초 터키 최대 위성 방송사업자인 도간 TV에 3,000만 달러 규모의 셋톱박스 공급계약을 체결하는 등 7월말까지 수출 2,8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대비 15% 이상 증가한 수치다.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지고 하반기 공급계약이 더욱 증가하는 것을 감안하면 연말까지 5,500억원은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회사 관계자는 "미국 중심의 매출구조에서 벗어나 인도와 유럽 등의 시장공략을 본격화하면서 TV를 제외한 순수 셋톱박스 제품만 최소 5,000억원이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셋톱박스 본고장인 유럽에서 전문업체로 명성을 얻으며 전량 수출에 집중하는 토필드도 해외 오픈마켓 시장에서 선전하면서 8월말까지 900억원의 수출을 기록할 것으로 잠정 집계, 연말까지는 수출규모 1,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온미디어 역시 올 상반기 창사 이래 최대 매출을 기록하는 등 8월말까지 수출로만 770억원을 잠정, 집계됐다. 4분기 성수기와 지난 6월 신규 계약을 따낸 인도 타타스카이ㆍ해스웨이 등의 공급물량을 고려하면 연간 수출규모는 1,300억원이 기대된다. 임화섭 사장은 "고화질(HD)와 IPTV 등 고부가가치 제품판매 비중을 대폭 늘린 것이 수출이 증가하는 계기가 됐다"며 "올 매출은 지난해보다 2배 이상 급증한 1,600억원이 넘어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현대디지털테크가 동유럽과 일본, 인도 등의 방송시장에 수출이 꾸준히 이어지면서 8월말까지 850억원의 수출이 예상되며 연말까지는 최소 1,200억원을, 홈캐스트는 최근 네덜란드 KPN와 태국의 신세틀라이트 등에 대규모 공급이 성사되면서 올 연말까지 1,000억원 이상의 수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 지난 상반기 414억원을 기록한 한단정보통신도 연말까지 최대 1,000억원까지 수출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셋톱박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셋톱박스 업체들의 올해 수출규모가 1조원 돌파는 무난하며 연평균 20∼30%대의 가파른 성장세를 지속하며 오는 2012년까지 수출 5조∼6조원 규모의 달성이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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