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더해 김동녕 한세예스24홀딩스(016450) 회장은 올해 사재를 출연해 '한세예스24문화재단'을 세운다. 한세실업의 주력 생산기지인 동남아시아의 문화예술인과 학자들을 위한 장학사업도 하고 국내 동남아시아 전문가를 육성하기 위해서다. 앞으로 김 회장은 배당금의 상당 부분을 재단에 추가 출연, 지원 규모를 점진적으로 확대하고 지원 분야도 늘릴 계획이다.
나이키·갭 등 글로벌 의류 기업에 납품하는 B2B기업인 한세실업이 이처럼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에 적극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이영선 코트라 글로벌CSR사업단장은 "선진국에서는 오래 전부터 노동착취, 환경파괴 등을 일삼으며 사회적 책무를 다하지 않은 기업의 제품을 구입하지 않는 '착한소비'가 자리 잡았다"며 "이제는 해당 기업뿐만 아니라 납품업체들까지 철저하게 윤리경영을 요구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또 "해외 생산기지를 기반으로 미국·유럽 등 선진국 시장에 제품을 수출하는 국내 의류 수출기업들 역시 발빠르게 변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갭은 2007년 인도의 하청업체가 어린이들의 노동력을 착취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매출이 한달 만에 20% 이상 급감했다. 방글라데시를 주요 생산기지로 둔 영원무역은 2010년에 이어 올 초에도 저임금에 불만을 품고 파업에 나선 공장 노동자들을 유혈진압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인권단체들의 지탄을 받았다.
이후 갭은 글로벌 파트너십 데이를 열고 봉제와 원단 생산 파트너사들의 사회책임 경영을 독려하고 시상도 하고 있다. 국내 의류 수출기업들의 주요 고객사인 나이키 역시 2005년부터 '기업책임보고서'를 발표하며 협력사들의 공장 운영 상황까지 보고하고 있다.
글로벌 NGO들은 제3세계 노동력 사용에 대해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있는지, 시간외 노동 강요나 노동자 학대가 없는지 따져 위반사항이 적발될 경우 불매운동을 벌인다. 이 때문에 생산비용 절감을 위해 베트남·인도네시아·캄보디아 등 제3세계에 생산기지를 두고 있는 수출 의류기업들은 사회공헌은 물론 현지 사회에 녹아들기 위해 열심이다.
세아상역은 최근 아이티 카라콜 산업단지에 신규 공장을 설립하면서 공장 인근에 현지 유치원생과 초·중학생 2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세아학교(S&H School)를 설립, 지난 26일 개교식을 열었다. 이 학교는 카라콜 산업단지 입주기업 직원의 자녀에게 무상교육과 급식을 제공한다. 세아상역 관계자는 "인도네시아·과테말라·캄보디아 등 해외법인마다 현지 실정에 맞는 CSR 활동을 기획해 추진하고 있고, 서로 벤치마킹하며 CSR 수준을 높이고 있다"며 "현지 진출 글로벌 기업 대비 높은 임금을 주는 것 이상으로 현지 근로자들과 인근 주민들이 원하는 혜택을 줄 수 있도록 늘 고민한다"고 설명했다.
이유순 패션인트렌드 소장은 "1960년대 한국 경제 성장의 근간이 됐던 봉제산업의 현실은 노동착취와 열악한 근로수준이었지만 50여년이 지난 지금 국내 봉제업체들은 해외 생산기지를 발판으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면서 초국적기업의 위상에 걸맞는 의식을 갖춰가고 있다"며 "현재 국내에는 5인 이상 섬유패션기업이 2만여개나 되는데 이들 기업도 하루 빨리 글로벌화되기 위해서는 사회적 책임에 대해 새롭게 인식하고 그 책임감을 공감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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