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릉도원은 없다" 조각가·사진작가 이상현 개인전온라인 게임 이미지 합성 작품 선봬 장선화 기자 india@sed.co.kr 1999년 영화 '거짓말'의 남자주인공으로 출연, 호된 홍역을 치른 작가 이상현(53). 아직도 외설 영화에 출현했던 배우라는 이미지가 대중의 마음속에 남아있지만 그의 본업은 조각가이자 사진작가다. 그는 중앙대 사진과를 졸업하고 베를린 국립조형미술대학에서 조각을 전공, 1994년 김세중 청년 조각상 수상과 2005년 제 1회 한미 사진 미술상을 받는 등 장르를 넘나들며 활발한 활동을 해 왔다. 그가 2년 만에 갤러리 선 컨템포러리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주제는 조선 숙종 때 발간됐던 서포 김만중의 소설 '구운몽'. 작가는 이상향을 꿈꾸는 인간들의 환상을 표현한 사진 작품을 소개한다. 사막 한 가운데 연꽃이 활짝 핀 연못이 등장하고 작가가 설계한 타임머신과 비행기가 온라인 게임과 결합해 등장하는 등 비현실적인 장면이 연속된다. 돈을 좇는 현대인들의 무릉도원을 압구정으로 묘사한 작품도 있다. 그는 "이상향 혹은 유토피아라는 말 속에는 '불가능'이라는 의미가 담겨져 있는 것 같다"며 "이번 전시는 무릉도원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시도"라고 말했다. 작가는 소설 속 팔선녀와 주인공 성진을 인터넷에서 찾은 온라인 게임의 배경 이미지와 합성해 관객을 환상의 세계로 초대한다. 작품마다 빠지지 않는 인물은 주인공으로 변한 작가 자신. 말끔한 양복 차림에 바늘 없는 낚싯줄을 드리우고 있는 모습을 디지털 이미지와 포갰다. 소설 속 팔선녀는 구작(舊作) '리틀 싯다르타'의 모델로 등장했던 서울예고 학생들이다. 그는 "있는 그대로를 담는 것이 사진이지만, 사람들은 보이는 모습에 속는 경우가 많다"며 "영화에 출연한 후 사람들의 시선이 따가웠던 것도 작가 이상현이 아니라 영화 속 주인공 J의 모습으로 나의 모든 것을 평가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당분간은 카메라를 사용하지 않고 디지털 기술로만 화면을 만들어낼 생각"이라며 "이미지 속에 숨어있는 진실을 이야기할 수 있는 좋은 도구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5월 16일까지. (02)720-5789 입력시간 : 2007/05/03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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