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본이 초저금리 시대에 수익을 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가운데 올 하반기 예정된 미국의 금리 인상은 시장에 메가톤급 태풍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미국의 금리 인상은 폭과 강도에 관계없이 세계 경제에 상당한 쇼크를 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글로벌 IB들이 밀집한 미국 뉴욕 렉싱턴가에서 만난 찰스 킴벨 KCIF뉴욕사무소장은 "오는 9월, 늦어도 연말께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그동안의 저금리 균형을 깨고 큰 변화를 일으킬 '티핑포인트(tipping point)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킴벨 소장은 "주요 IB들과 미국 금융당국의 소식을 종합해보면 그동안의 제로금리에서 벗어나 경제가 정상화의 길로 접어들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시점이 왔다"며 "세계 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진단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제로금리와 무제한 돈을 푸는 양적완화정책을 시행해왔던 미국이 통화정책의 정상화를 시도하는 과정이지만 그 후폭풍이 어디까지 미칠지 가늠하기 힘들다.
이미 시장은 출렁이기 시작했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금과 은·팔라듐 등 원자재를 내던지고 있다. 지난 한 주간 금속류 등을 기초자산으로 편입한 미국 내 상장지수펀드(ETF)에서 빠져나간 자금은 21억달러에 이른다. 올해 들어 주간 기준 최고금액이다. 금리 인상이 가시화될수록 약세가 예상되는 원자재의 투매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채권시장도 태풍권에 들어서고 있다. 세계 최대 사모펀드 가운데 하나인 블랙록은 '2015년 하반기 투자전망 보고서'를 통해 "9년 만에 이뤄지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에도 여전히 무사안일에 빠진 글로벌 채권시장은 각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블랙록은 "미국이 가을 중으로 금리를 인상한 후 영국이 그 뒤를 이을 것으로 보고 이 시기가 채권투자와 주식투자에 중대한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동안 선진국을 중심으로 채권보다는 주식 위주로 시장이 흘러갈 것이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부채비율이 높고 통화가 취약한 신흥국보다는 부양책의 힘을 받는 유럽과 일본 주식시장의 상승에 베팅하는 분위기다. 최근 골드만삭스는 3개월 전망 보고서를 통해 유럽 증시는 '비중 확대', 미국 증시는 '비중 축소' 의견을 내놓았다. 일본 증시 역시 앞으로 12개월 동안 긍정적일 것으로 봤다. 역사적으로 연준이 금리 인상 사이클을 시작하면 12개월 동안은 미국 증시가 부진했다는 이유에서다. 유럽 중에서도 이탈리아·스페인·독일·영국 시장을 추천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의 펀드매니저 서베이 결과도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에 대한 기대감으로 펀드매니저 가운데 40%가 유로존 증시에 대해 비중 확대 의견을 가지고 있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대형 은행 관계자는 "올해 들어 신흥국 익스포저를 축소하거나 유동자산을 늘리고 듀레이션을 줄이는 채권매니저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연준의 금리 인상을 채권 강세장이 막을 내리는 시발점으로 보고 현금자산을 늘리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사커 누세이베 헤르메스인베스트먼트 대표 역시 "앞으로 미국을 시작으로 전 세계 금리가 올라가면 채권 가격이 하락할 수밖에 없어 채권보다 주식투자가 훨씬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연준이 국채 프라이머리 딜러들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월가에서는 금리를 점진적으로 올려 2018년 3%가량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연준이 앞으로 2년간 매년 100bp씩 금리를 올려 2017년 2.25~2.50%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추세라면 부동산 리츠에 대한 투자도 고려할 만하다는 시각도 있다. 오재영 현대증권 연구원은 "역사적으로 금리 인상 후 1년간 글로벌 리츠는 32.1%로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고 미국 리츠 역시 26%의 수익을 올렸다"며 "부동산값과 임대료를 끌어올리는 경기회복이 금리 인상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은진 하나대투증권 연구원도 "과거 금리 정상화 과정에서 리츠의 성과가 나쁘지 않았다"며 "전격적인 금리 인상이 아닌 이상 양적완화 효과가 나타날 유럽 부동산 리츠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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