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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진단] 불확실성 증폭에 시중자금 부동화·기업 자금조달 빨간불

[유럽사태 국내금융시장 3대 변화] ① 증시 자금조달 한파<br>유상증자 철회… 기업공개 연기…<br>직접자금조달 작년의 15분의 1


유럽 재정위기 우려가 커지면서 국내 기업들의 자금조달에 빨간불이 켜졌다. 대외 불확실성 확대로 투자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으면서 유상증자와 기업공개(IPO) 등을 통한 자금조달이 급속하게 얼어붙고 있는 것이다.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21일 현재 상장사들이 유상증자나 IPO 등 직접자금조달을 통해 확보한 자금은 647억원에 불과했다. 지난해 5월 유상증자(6,986억원)와 IPO(3,073억원) 등으로 유입된 자금이 1조59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15분의1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특히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조달 규모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올 들어 기업들이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한 자금은 4,91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조4,637억원)보다 10분의1로 줄었다. 월별로는 1월(2,190억원)과 3월(1,234억원)을 제외하고 1,000억원을 밑돌았다. 이는 유럽 재정위기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면서 증시가 급락하자 유상증자가 부진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금호산업은 15일과 16일 기존 주주를 대상으로 3,958만주를 발행하는 유상증자를 실시했지만 청약률은 단 0.02%에 그쳤다.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청약에는 아무도 자금을 투자하지 않았다. 이는 코스닥 상장회사인 디오텍도 마찬가지로 11일부터 14일까지 179억5,794만원의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실시했으나 청약경쟁률은 0.26대1에 그쳤다. 주관사가 실권 주식을 전량 인수해 자금조달에는 성공했지만 일반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흥행몰이에는 실패했다. 또 일반공모 유상증자로 운영자금 마련에 나섰던 허메스홀딩스는 주가 하락으로 기대했던 자금을 조달하기 힘들어지자 계획 자체를 철회했다.

한 증권사 투자은행(IB) 관계자는 "가장 큰 원인은 유럽 재정위기가 커지면서 글로벌 경기가 어느 정도 추락할지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고 있다"며 "시장 내에서 일부 재정확보 필요성이 제기되는 그룹들의 자금조달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지만 증시 상황이 좋지 않아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양상"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증권사 IB 관계자는 "그나마 이름 있는 그룹들은 중소기업에 비해서는 상황이 좋다"며 "중소기업의 경우 정보기술(IT)이나 자동차부품을 제조하는 곳이 일부 계획을 가지고 있을 뿐 다른 업종의 회사들은 아예 자금조달 꿈조차 꾸지 못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인지 자금조달시장 내에서는 말만 무성할 뿐 실제로 조달 움직임을 보이는 기업을 찾기가 힘든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유럽 재정위기 우려에 따른 한파는 이미 IPO시장에도 퍼진 상태다.

공모주 청약 전문 사이트인 아이피오스탁에 따르면 이달 내 IPO를 추진하는 장외기업은 한 곳도 없다. 올 들어 단 9곳의 장외기업이 국내 증시에 상장하면서 IPO로 조달된 자금이 2,032억원에 그치고 있다. 지난해 5월까지 IPO로 기업이 조달한 자금은 9,991억원에 달했다. 특히 대외변수 증폭에 따라 증시가 내리막길을 걷자 연내 상장이 점쳐졌던 일부 기업들이 상장을 연기하는 조짐마저 나타나고 있다.

증권사 IB 관계자는 "희성전자 등 일부 장외기업들이 상장시기를 연내가 아닌 내년으로 연기한다는 소문이 시장 내에서 돌고 있다"며 "아직 확실히 파악되지는 않지만 최근 국내외 경기나 증시 분위기로 인해 이들 기업이 자체적으로 상장을 연기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여전히 유럽 재정위기로 인한 우려가 사그라지지 않을 수 있어 앞으로도 기존 IPO 계획을 늦추는 기업들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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