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벤처인증기업 315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동종업계 세계 최고 수준의 글로벌 벤처기업이 가진 경쟁력(100점 기준)과 비교한 자사 경쟁력’을 묻는 질문에 응답기업들이 스스로 매긴 점수는 평균 67.3점으로 집계됐다.
세부항목별로는 품질ㆍ디자인(71.2점)에 가장 후한 점수를 줬으며, 그 뒤를 이어 가격(69.8점)과 기술경쟁력(66.2점), 조직관리ㆍ마케팅(61.9점)의 순으로 조사됐다. 현재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글로벌 벤처기업은 구글ㆍ페이스북ㆍ클리어와이어(정보통신ㆍIT분야), 테슬라모터스(자동차), 캐스트라이트헬스(바이오ㆍ헬스) 등이 손에 꼽힌다.
벤처기업인들은 지금의 경영여건이 벤처 붐이 일었던 2000년대 초반보다 악화됐다고 평가했다. 2000년대 초반과 최근 경영환경을 비교하는 질문에 ‘나빠졌다’(35.9%)는 응답이 ‘좋아졌다’(7.3%)는 답변을 압도했다. 그 이유로 기업들은 ‘엔젤투자 등 벤처투자 감소’(29.2%)를 가장 많이 꼽았고, ‘대외경제여건 악화’(23.1%), ‘경쟁과열 등 창업기회 감소’(21.2%), ‘이공계 기피현상으로 인한 인재풀 축소’(17.7%), ‘기업인의 도전정신 약화’(8.8%) 등이 뒤를 이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지난해 벤처기업 수는 벤처 붐이 일었던 2001년에 비해 2.5배 늘었지만 벤처캐피탈 투자규모는 1.3배 증가하는데 그치면서 개별기업의 투자유치 규모는 오히려 축소된 셈”이라고 분석했다.
벤처기업인들은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투자자 유치 등 자금조달’(41.3%)을 첫 손에 꼽았고, ‘인력확보’(33%), ‘판로개척’(15.2%), ‘기술확보’(10.2%) 등을 차례로 답했다. 성장을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로는 ‘획기적인 아이디어 및 기술력’(34.9%)과 ‘사업자금의 안정적 확보’(28.3%), ‘적절한 사업기회 및 시장포착’(24.8%), ‘정책지원과 사회적 관심’(8.5%) 등을 꼽았다.
기술확보 방안에 대해 ‘직접 개발’(68.3%)에 나선다는 기업이 가장 많은 반면 ‘대학 및 연구소 활용’(16.2%), ‘다른 회사와 공동개발’(13.3%), ‘인수합병(M&A)ㆍ특허권 구매 등 외부취득’(2.2%) 등 외부의 지식과 기술을 활용하는 기업들은 많지 않았다.
창조경제시대 벤처활성화를 위한 정책과제로 기업인들은 ‘정책자금ㆍ신용보증 등 금융지원’(50.4%), ‘법인세ㆍ취득세 등 세제지원’(21.9%), ‘해외진출 및 마케팅 지원’(14.3%), ‘병역특례 등 인력지원’(12.4%) 등을 제안했다. 특히 이러한 정책지원은 창업 후 성장단계에 집중해줄 것을 주문했다.
전수봉 대한상의 조사1본부장은 “지난해 국내 벤처기업수가 2만8,000여개에 달할 정도로 양적 성장은 했지만 경쟁력 수준은 아직 세계 수준에 크게 못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정부는 자금애로 해소, 기술개발 인프라 구축, 우수인재 확보지원 등 벤처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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